아파트 '방음 터널' 설치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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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구월주공 재건축단지 입주 예정자들이 입주 6개월여를 남기고 주변 도로에 지상 방음터널을 설치하는 문제를 놓고 구청과 맞서고 있다. 방음터널이란 지상 도로 위에 덮개를 씌워 터널처럼 만든 것을 말한다.

입주 예정자들은 아파트 인근 도로에 소음을 막기 위해 덮개를 씌우면 흉해지는 데다 보행자들이 자동차 매연에 시달리게 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관할인 인천 남동구청은 애초의 사업승인 조건에 방음 터널을 설치하도록 했기 때문에 방음터널을 만들지 않으면 준공검사를 내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미관 해치고 환경에도 나빠"=10만5000여 평에 모두 98개 동 8900세대 아파트가 들어설 구월주공 재건축단지는 3년여의 공사 끝에 오는 8월 완공될 예정이다. 입주 예정 주민은 3만여 명이다. 이 단지가 방음 터널을 놓고 관할 구청과 갈등을 벌이는 발단은 2003년의 재건축 사업승인 과정에서 비롯됐다. 당시 규정에 따라 도로변 소음측정을 한 결과 구월주공 단지는 기준치(65㏈)를 8㏈ 초과했다. 재건축조합은 소음 기준치를 충족하기 위해 주변 6~8차선의 도로에 높이 6m의 방음터널을 설치하겠다고 제안해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했다. 이 계획에 따라 설치해야 할 방음 터널 구간은 총 4곳에 1㎞가 넘는다. 이 방음 터널은 아파트 단지 경계선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사람이 다니는 보도도 터널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버스정류장과 건널목이 있는 곳에는 터널 옆 벽을 터 놓는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2004년 말에 법 개정으로 재건축단지가 환경영향평가 대상에서 제외되자 사정이 달라졌다. 입주 예정자들이 방음 터널 설치를 반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원칙대로 설치해야"=남동구청은 방음 터널을 설치하면 여러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할 때 내세운 조건이기 때문에 원칙대로 설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남동구청 측은 방음 터널을 설치할 경우 6m가 넘는 가로수.전주 등을 옮겨야 하는 데다 운전자의 시야 확보가 곤란하다는 문제점을 인정했다. 특히 보행자들은 터널 안에서 매연을 맡아야 하는 데다 교통신호기 설치도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방음 터널 설치를 조건으로 아파트를 세울 수 있었기 때문에 원칙대로 방음 터널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천=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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