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 날씬한 임부복 … 당당한 임신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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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8개월인 직장인 박양숙(29)씨가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임부복 매장에서 니트원피스를 입어보고 있다. [사진=오종택 기자]

박스형 원피스로 대변되던 임부복(妊婦服) 시대가 저물고 있다. 부른 배를 애써 감싸 '티 안 나게 하는' 시대도 갔다. 몸에 딱 붙게 입어 몸매를 드러내는 게 요즘의 트렌드다. 길이도 짧아졌다. 미니원피스가 반갑기는 임신부도 예외가 아니다. 당당하게, 아름답게-. 요즘 예비엄마들의 옷 입기 수칙이다.

# 날씬하게, 날씬하게

여성복에 '44사이즈 바람'이 분다면, 임부복에는 '55사이즈 열풍'이 불고 있다. 인터넷 오픈마켓 G마켓에 따르면 임부복 판매량 중 55사이즈가 차지하는 비율이 30%에 이른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77사이즈가 대세였다. 동대문.남대문시장 등 재래시장에서도 과거에는 '프리사이즈'의 큼지막한 임부복이 일반적이었으나, 요즘 들어 임부복에도 사이즈의 세분화가 진행되고 있다.

소재도 날씬하게 보이는 게 인기다.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6층에서 임부복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박성근(40)씨는 "기존 임부복이 주로 면 소재였던 데 반해 요즘엔 활동성 높은 저지와 얇게 비치는 시폰, 로맨틱 풍의 레이스가 인기"라며 "이런 소재들은 몸매를 날씬하게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임신부들은 체중 관리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출산 때까지 15㎏이 늘었느니, 20㎏이 늘었느니 하는 고백은 이제 부끄러운 일처럼 취급받는다. 임신부의 체중 관리를 위해 요가센터를 운영하는 산부인과도 상당수다. 충북 청주 프리모산부인과 등은 수영장까지 갖췄다. 덩달아 임부용 수영복이나 요가복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 미니스커트면 어때요

임부복도 일반 여성의류의 유행 경향을 따라가고 있다. 귀여운 미니원피스나 펄 소재의 레깅스, 워싱 처리된 빈티지 진 등 최신 유행 아이템이 임부복으로 등장했다. 요즘 인기있는 옷들이 허리를 감춰주는 벌룬 스타일이 많다 보니 임부복으로 응용하기가 자연스러워진 측면도 있다.

미니스커트 바람 또한 임부복으로 옮아갔다. 과거 칙칙한 긴 원피스가 주류를 이뤘던 임부복의 길이가 눈에 띄게 짧아졌다. 짧은 치마 길이를 보완하기 위한 임부용 레깅스도 인기다. 바지도 통이 좁아지고 짧아졌다. 7부.9부 바지에 임부용 반바지도 인기 아이템이다. G마켓의 류수경 실장은 "요즘 잘 팔리는 임부복은 기능보다 유행을 강조한 것들"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임부복 전문 모델도 등장했다. 맵시를 앞세우는 예비 엄마들을 위해서다. 일반 여성의류의 경우 소위 '피팅 모델'을 이용해 제품 착용 사진을 보여주지만, 임부복은 지금까지 제품 사진만 찍어 올리는 게 대부분이었다. 지난해부터 모델을 활용, 인터넷 쇼핑몰에 착용 사진을 올리고 있는 임부복 업체 페어리 퀸 측은 "모델이 입은 사진을 올려놓을 때가 그냥 옷 사진만 보여줄 때보다 매출 면에서 60% 이상 증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체 측은 임부복 모델이 실제 임신부인 경우는 드물다고 귀띔했다. 군살 없는 모델들이 배에 복대를 두르고 촬영한다는 것이다.

# 당당하게, 아름답게

요즘 임신부는 배를 당당하게 드러낸다. 배를 드러낸 만삭 기념사진을 찍는 게 유행일 정도다. '출산율 1.08명'의 충격으로 사회 전반에 출산장려 분위기가 퍼진 것도 한몫했다. 둘째아이를 임신 중인 직장인 박지혜(31)씨는 "큰애를 가졌던 3년 전에 비해 임신부에 대한 배려와 축하가 훨씬 많아졌다"며 "배가 나온 모습이 쑥스러웠던 건 이미 옛날 일 같다"고 말했다.

관련 업체들도 '당당함'을 강조하고 있다. 에프이스토리 송문선 이사는 "원피스에 카디건만을 고집하거나 트렌치코트 하나로 온몸을 가리려고 하는 건 이제 잊어도 좋다. 전체적인 실루엣이 동그랗기만 해 둔해 보일 수 있다"며 "몸에 붙는 티셔츠나 니트를 입고 재킷의 단추도 열어둔 채 입으라"고 권했다. 배를 드러내는 게 더 당당하고 세련돼 보인다는 설명이다.

사진 제공=G마켓

쁘레나탈 강성실 디자인실장도 "기존 임부복의 길고 답답한 형태에서 벗어나 몸 선을 드러내는 저지 소재 상의류가 요즘 임부복의 대세"라며 "임신이라는 여성만의 시간을 적극 활용해 자기만의 패션 스타일을 과감하게 연출하라"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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