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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원가 공개 반대 … 퇴임 후 이례적 하향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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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박병원(사진) 재정경제부 제1차관이 6일 사표를 냈다. 이날 오후 몇몇 재경부 직원들과 점심을 먹고 와서다. 2005년 6월 차관이 된 지 1년8개월 만이다.

그는 참여정부가 역점을 둔 각종 경제정책 입안에 가장 깊숙이 개입한 관료이자 이를 충실히 대변한 '전도사'이기도 했다.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서비스산업 육성을 유난히 강조했던 것도 박 차관의 노력이 한몫했다.

<관계기사 e2면>

그가 차관보 시절부터 줄기차게 주장해 온 게 서비스산업 육성 정책이었다. 다른 부처와 얼굴을 붉혀가며 언쟁을 벌이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시장주의자임을 자처했지만 소신과는 거리가 있는 참여정부의 코드 정책을 대변하는 데도 충실했다. 2005년 8.31 부동산정책을 발표했을 때가 그랬다. 세금 폭탄으로 투기를 잡는 수요 대책 못지않게 공급 대책도 필요하다는 게 그의 소신이었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세력의 논리라며 청와대가 강력하게 나서자 한발 물러섰다. 일각에선 "소신을 굽혔다"고 했지만 그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일이 더 급했다"고 설명한다.

그는 이날 오후 집무실에서 퇴임사를 썼다. "오랜만에 글을 써 보니 잘 안 되네…"라고 웃었지만 30여 년 공직생활을 마감하는 감회가 표정에 묻어 나왔다. 책상 위에는 우리금융지주의 2007년 경영계획 자료가 놓여 있었다. 이날 마감한 우리금융지주 회장 공모에 신청서를 냈기 때문이다. 이번 공모에는 황영기 현 회장을 비롯한 2~3명이 신청서를 낸 것으로 알려져 회장에 뽑힐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재경부 차관→산업은행 총재→경제부처 장관이라는 그동안의 관행과 다른 이례적 행보다.

일각에선 청와대가 미는 후보가 따로 있다는 소문도 나돈다. 박 차관이 설 자리는 더 좁아 보인다. 정권 말기에 코드가 딱 들어맞지 않는 시장주의자의 운신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게 관가의 시각이다. 지난달 5일 박 차관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원가를 알기 어렵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했었다. 2005년 추진했다가 무산된 소주세 인상을 지난해 다시 들고 나왔다가 청와대 눈 밖에 났다는 얘기도 들린다.

박 차관은 7일에도 출근할 예정이다. 아직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퇴임식은 본인의 뜻에 따라 따로 열지 않기로 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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