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성 회복해야 민주시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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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한 마디로 과분하다는 생각 뿐입니다. 나보다 훌륭한 사람들이 얼마든지 많은데 그 분들에게는 죄송하기까지 하더군요.』
지난3일「교육분야 발전과 국민복지향상에 기여한 공로」로 국민훈장모란장을 받은 정의채 가톨릭대 학장(66)은 일생을 교육계에 몸담아 온 것은 사실이나『내가 과연 이 훈장을 받을 만한 적임자인지 모르겠다』고 수훈소감을 밝혔다.
70년대 이후 우리 사회의 인권문제와 비폭력, 도덕성 회복등에 남다른 관심과 논지를 펼쳐온 정박사는 일찍이 공산주의국가들의 몰락을 예견, 예언자적 지식인으로서 크게 주목받은바 있다.
『마르크스주의는 존재론과 인간학·경제적 생산이론등에서 이미 실패했다고 주장해 왔지요. 그들은 인간을 경제적인 동물로 규정하고 있는데 물질법칙이 정신법칙을 지배할 수는 결코 없는 것입니다.』
정박사는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갖기 쉬운 결점에 대해서도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내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이 바로 폭력의 문제입니다. 인간은 물질에만 의존할 수도 없지만 혁명에만 좌우돼서도 안됩니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될 것은 결국 인간의 존엄성, 즉 윤리적 존재로서의 인간입니다.』
폭력을 배제하고 도덕성을 회복한 바탕 위에서만 비로소 민주시민을 양성할 수 있다고 말한 그는『모든 일은 시간을 가지고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박사는 또 요즘 젊은 학생들의 이념적 동향에 관해서도 언급,『우리나라의 장래는 무척 밝은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공산주의 심장부에서 우리 젊은 학생들을 만날 때가 많은 데 그들은 하나같이 구김살이 없고 당당합니다. 어려움 모르고 자란 학생들이라고 하지만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당당하게 자기를 표현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습니다.』
정박사는 그러나 젊은이들에게 물질적인 풍요를 제공해주는 것만으로 그들을 행복하게 해주려는 기성세대들은 크게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자기가 땀흘려 노력한 대가이외에는 어느 것도 바라서는 안된다는 풍토가 시급히 정착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준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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