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고끝 사전펴낸 두 공무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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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우리나라 언어는 사물의 모양·형태·성질등을 나타내는 형용사가 다른 어느 언어보다 발달되어있습니다.「악세다」(풀잎이 억세다),「가멸다」(살림이 넉넉하다)등 우리말 형용사가 일상생활에서 사라져 가는 게 안타까워 형용사만을 정리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국내 처음으로 형용사만을 모아 수록한 사전이 지방공무원인 박준하씨 (51·전북도청 지방과 조직관리계장)의 13년에 걸친 집념에 의해 최근 발간됐다.
박씨가 전북대 김병선교수(국문학)와 공동으로 펴낸 8백75쪽의『한국어 형용사사전』(계명문화사간)은 형용사만을 세분화, 국내 사전으로는 최대규모인 1만3천여 항목의 표제어를 수록했다.
처음에는 표제어만 수록키로 하고 작업에 들어갔으나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한 결과 관계에까지 집대성한 전문사전을 만들게 됐다.
전북무주출신인 박씨는 국학대 국문과에 입학했으나 당시 가정형편이 어려워 대학을 중퇴하고 공무원이 된 뒤에도 계속 국어학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 이같은 결실을 보게된 것이다.
『낮에는 직장에서 충실하게 일하고 밤에만 작업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으로서 한권의 국어사전을 펴내기 위한 박씨의 집념어린 노력은 실로 눈물겨웠다.
국어사전이 새로 나올 때마다 놓친 낱말을 찾기 위해 밤을 지새우고 생활주변에서 오가는 형용사나 잊혀진 형용사를 찾아내는 작업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분류작업은 컴퓨터를 활용, 비교적 쉽게 할 수 있었다.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북한과 해외교포들이 사용하는 형용사까지 모두 수록한 형용사사전이 만들어질 때까지 작업을 계속할 작정입니다.』
박씨는 특히 자신의 형용사사전 발간이 우리말발전에 도움이 되고 국어국문학자·시인·작가등 문필활동 종사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주=모보일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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