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새 운영체제 윈도 비스타 깔았더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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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대학생 김성만(25)씨는 이달 초 PC를 새로 장만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새 컴퓨터 운영체제(OS) 윈도 비스타가 깔린 최신 제품을 샀다. 김씨는 이 PC에 MP3플레이어(레인콤 '아이리버')를 연결해 사용하려 했으나 노래 정리정돈 프로그램(아이리버 플러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순간 당황했다. PC업체에 항의 전화를 했더니 '윈도 비스타가 프로그램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김씨는 "MS가 새로운 운영체제를 출시하기 전에 사전 테스트를 충분히 하지 않아 소비자만 불편을 겪게 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씨처럼 윈도 비스타(일반인용)를 서둘러 구입한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출시 엿새째를 맞아 이날까지 4만~5만 개의 윈도 비스타가 판매됐으나 일부 디지털 기기와 은행 홈페이지 등에선 윈도 비스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MS 박준석 이사는 "지나치게 강화된 윈도 비스타의 보안기능이 일부 인터넷 프로그램 및 디지털기기 소프트웨어와 충돌하고 있다"며 "이른 시일 안에 관련 업체들과 협력해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윈도 비스타의 호환성 결여로 가장 큰 불편을 겪는 사람들은 인터넷 뱅킹 고객이다. 시중 은행들은 윈도 비스타 장착 PC로는 은행 홈페이지 접속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서 대부분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아직도 일부 은행들은 인터넷 뱅킹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권은 MS가 한국의 인터넷 기반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은 채 윈도 비스타를 출시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애꿎은 고객 항의를 받았을 뿐 아니라 보안 프로그램 변경 비용까지 부담해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MP3플레이어에서도 윈도 비스타와 궁합이 안 맞아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레인콤의 아이리버와 삼성전자의 옙 등이 윈도 비스타가 장착된 PC에서 음악 내려받기 기능 등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애플의 MP3플레이어 아이팟도 비슷한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과 한국MS는 지난달 23일부터 국내 주요 온라인 서비스 및 소프트웨어를 대상으로 윈도 비스타 호환 여부를 조사해 보완책을 강구했으나 여러 곳에서 탈이 난 것이다. 관련 업계에선 윈도 비스타 체제에서 제 기능을 못 하는 사이트와 소프트웨어가 앞으로도 속출할까 봐 걱정하고 있다.

최익재 기자

◆윈도 비스타=MS가 최근 출시한 새 PC 운영체제다. 보안.검색 기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강화된 보안 기능이 국내 은행 홈페이지 등이 제공하는 보안 프로그램과 충돌해 인터넷 접속 장애를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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