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핵세계」신기원 “스타트”/독 언론인 좀머 START 논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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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자국판단 따른 일방적 감축도 기대
독일의 저명한 언론인으로 권위있는 시사주간 디 차이트지의 주필인 테오 좀머씨는 지난달 31일 체결된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에 대해 『아직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이는 「핵없는 세계」를 향한 신기원』이라고 평가했다.
다음은 디 차이트지 최근호 1면 머리기사로 실린 그의 글을 요약한 것이다.<편집자주>
뜸을 오래 들인다고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부시 미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크렘린에서 체결한 START협정의 내용은 인류전체에 안도의 한숨을 쉬게 하는 것이다.
핵군비경쟁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미소는 서로를 절멸시킬 수 있는 핵무기의 숫자를 과감히 줄이자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여기에 이르기까지 미소 두 강대국은 가속적인 핵군비경쟁을 해왔다.
이제 그 광란의 소용돌이는 한풀 꺾이게 됐다.
지난 1969년 헬싱키에서 시작된 협상과정은 22년이 지나는 동안 베트남전이나 중소분쟁등 커다란 국제정치현안에 끝없이 영향받아 왔고 아프가니스탄 사태등의 경우때처럼 아예 중단되기도 했다. 회담은 종종 성공보다 실패쪽에 가까웠고 결과는 보잘 것 없는 것이었다.
이러한 우여곡절끝에 서명된 이 협정은 여하간에 자의적으로 과소평가되어선 안된다. 전략무기를 반감시키려던 당초의 목표가 달성되진 않았지만 회담의 결과는 훌륭한 것이었다. 이번에 미소 양측이 감축하기로 합의한 내용은 불과 5년전만 해도 센세이셔널한 것이었다.
물론 이 협정은 많은 희망사항을 남겨 놓았다.
이 협정은 여전히 전략무기의 현대화를 허용하고 있고 우주 핵무기시스팀에 대해선 언급조차 없다. 탄두의 해체도 요구하지 않고 있고 순항미사일 숫자의 상한선은 8백80기로 매우 높게 잡혀 있다.
이 협정은 또한 이 회담이 시작된 1982년 미소가 보유했던 것과 거의 비슷한 숫자의 핵탄두 보유를 가능케 하고 있다. 또 이번 협정은 지구북반구를 몇번이고 초토화시킬 수 있는 이 과잉파괴력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협정은 하나의 신기원이다. 두 핵강대국은 그러나 동시에 START라는 동굴안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모습이다. 이번엔 미소 전략무기제한협정(SALT) Ⅰ조약이 체결된 1972년보다 활기차게 다음 단계를 시작하게 할 것이다. 즉 이번 협정은 STARTⅡ,Ⅲ,Ⅳ 등으로 이어질 것이고 또한 일방적인 핵무기감축조치도 유발할 것이다.
두가지방법 모두 공동의 목표,즉 핵없는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며 이는 또한 지구상의 위협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앞으로는 외교적 협정에 의해서 보다 스스로의 결정에 의한 일방적인 핵무기감축이 더욱 중요하게 될 것이란 사실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는 이미 재래식무기분야에서 이같은 사실을 경험했다.
15년에 걸친 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 회원국간의 상호균형 감축회의(MBFR) 협상에서 합의된 내용이 많은 국가들의 독자적 결정으로 외교를 앞선 것이다.
오늘날과 같은 동서화해의 분위기속에서도 전략무기분야에서 이같은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SALT와 START는 가치있는 것이다. 이들은 미소간의 강압적 관계를 인식시켜준 바로미터였다. 이는 또한 소련의 정책이 진지하고 믿을만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게해준 리트머스시험지의 역할을 했다. 레몽 아롱이 일찍이 1966년 정의한대로 「서로가 최초의 희생자가 되는 전면전을 반대하는 미소 양국의 유대」는 이러한 회담과정에서 분명히 드러났던 것이다.
이제 자유는 진군을 시작했고 평화는 한층 더 공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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