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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문화의 독창성 재조명-내달 6일부터 중앙박물관서 유물전시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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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잊혀진 역사, 공백으로 남아있는 역사를 재현하는 대규모 전시회가 마련됐다.
탁월한 고유문화 특히 훌륭한 고분문화를 갖고있어 이웃한 신라는 물론 일본의 고분문화에까지 중대한 영향을 끼쳤던 가야일.
그러나 문헌사료의 결여로 가야의 역사·문화는 공백이다시피 남아있었고 다만 삼한시대의 변한이 모체가 되어 성장해오다 562년 대가야를 끝으로 신라에 병합된 것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다음달 6일부터 9월1일까지 「가야문물대전」을 마련, 가야문화의 독창성과 함께 강력한 연맹체국가의 실체를 재조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전시유물은 철기·토기·금동관류 등 4백여점으로 철기문화에 중점을 두고 전시된다.
연방국가형태시대의 가야는 특히 철기문화가 크게 발달했었고 당시 철기는 경제력인 돈을 의미하고 이에 따라 가야는 막강한 군사력을 갖추고 있었음을 추론해 볼 수 있다.
이같이 엄청난 무구류와 경제력을 갖춘 가야가 왜 이웃나라에 병합되었는가는 국가형태를 연방체제로 유지해 결집력이 약해져 중앙집권국가보다 쇠퇴의 길로 빨리 접어든 것으로 인식되고있다.
전시유물은 1실과 2실로 나뉘어 1실에는 철기문학, 2실에는 토기·금동관 등의 유물이 전시된다.
철기문화전시실인 1실에는 가야유물 중 토기류 다음으로 풍부하게 출토되는 각종 철제무기류가 중점 전시된다.
갑옷·투구·마구류 등 방어용 무기와 칼·창·도끼·살촉 등 공격용 무기가 따로 나누어져 찬란했던 가야의 철기문화를 선보이는 것이다.
특히 갑옷은 몸을 보호하는 쇠로 만든 옷으로 주조된 철판을 결합해 만든 판갑옷(단갑)과 작은 비늘모습의 철판을 가죽이나 천에 덧대어 만든 비늘갑옷(괘갑)이 구분돼 전시되며 8개의 완형갑옷이 일반에 공개된다.
또한 각종 투구류 및 말얼굴가리개·정강이가리개 등도 전시된다.
공격용 무기인 큰칼의 손잡이장식 중에는 손잡이의 둥근고리 부분에 은실(은사)을 박아 당초문을 넣은 것과 거북등무늬·꽃무늬·물결무늬 등이 장식된 것이 선보여 가야인의 정교한 상감기법과 세공술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이밖에 신라 것처럼 화려하지도 백제 것처럼 투박하지도 않은 소박하면서 균제미가 뛰어난 각종 토기류도 독특한 가야문화를 가늠할 수 있게 하는 전시품이다.
가야는 낙동강을 중심으로 조그만 국가의 연방체형태로 유지돼온 국가로 최근 활발해진 고고학적 발굴유물 등을 종합해볼 때 이웃한 신라나 백제와 상이한 독창문화를 갖춘 국가라는 것이 학자들의 일반적 견해다.
이렇듯 훌륭한 문화를 소유한 가야가 역사상 공백으로 인식돼온 것은 가야에 대한 기록이『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 지극히 단편적으로 남아 있을 뿐이고 삼국유사의 가락국기에는 「유사」답게 설화형식으로 기록돼 역사의 뒤안에 위치했었다는 것이다.
이밖에 중국사서인 『삼국지』 『후한서』 『송서』등과 일본사서인 『일본서기』에 가야라는 명칭이 간혹 보이지만 이는 단편적인 외교사료에 불과한 것도 이유중의 하나.
이같은 배경에 따라 가야에 대한 본격 연구자가 없었으며 특히 일제를 거치면서 일제의 왜곡에 따른 황당한 식민사관 탓에 가야사는 멸시를 받아온 것이다.
80년대에 들어서면서 고고학계를 중심으로 가야사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낙동강일대의 가야지역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고고학적 유물이 다량 발굴돼 이같은 역사의 재조명 자리가 마련된 셈이다.
국내 16개 박물관과 대학박물관에서 가야유물을 집대성해 마련된 이번 행사는 본격적인 가야유물전시로는 최초이고 역사학자에게 가야연구의 새지평을 제공해준다는 면에서 주목되는 것이다. <김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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