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찾아 미국간 할아버지/수한이 찾는 6순 김진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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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83년 실종… 전국 뒤졌으나 허사/입양추측돼 2년째 미 전역돌아
『수한이가 살아만 있다면 지구 끝까지라도 가서 찾고야 말겠습니다.』
7년반전인 83년 11월 서울 태능시장앞 놀이터에서 실종된 손자를 찾기 위해 수년간 전국 방방곡곡을 훑었던 할아버지 김진하씨(63)가 미국까지 가 단 하나뿐인 손자를 찾기 위해 2년째 이역만리 땅에서 헤매고 있다.
김씨는 지난 15일부터 뉴욕 롱아일랜드의 벨빌에서 개최된 한국출신 입양아들을 위한 「롱아일랜드 한국문화캠프」의 첫날 캠프에 찾아와 『우리 수한이를 찾게 해달라』고 하소연,주위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84년초부터 확성기와 묵직한 전단가방을 둘러메고 가두호소를 하며 전국을 뒤진 김씨는 수한군이 유괴돼 미국가정으로 입양됐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89년 말 코네티컷주에 사는 딸집으로 갔다.
김씨는 롱아일랜드에서 입양아 2백여명이 모인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15일 사위와 함께 3시간을 달려 이날 막 시작된 한국문화 캠프에 찾아간 것이다.
『저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 실종된 아이를 미국에서 찾아 본국으로 데려간 적이 있어요. 때문에 수한이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겁니다.』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이 캠프 책임자들에게 수한군의 사진을 보여주며 수소문,양부모들의 눈총을 받은 김씨는 『이곳에 모인 수한이 나이 또래의 아이들을 모두 유심히 살펴보았으나 역시 수한이는 없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 아이들을 보는 순간 그만 목이 메이고 말았습니다. 수한이가 지금 열두살인데….』
그의 표정에서 6대 종손을 잃은 60대 노인의 미어지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김씨는 코네티컷으로 돌아가 이 지역의 한인교회 등에서 계속 수한군에 대해 수소문한후 내년 2월께 로스앤젤레스까지 가 닥치는대로 각 교회 및 단체·기관에 호소할 계획이다. 그래도 찾지 못하면 고국에 돌아가 또다시 전국을 뒤지겠다고 했다.
김씨는 주변에서 6년,심지어는 13년이 지난후에 잃어버린 아이를 찾는 경우도 봤다며 아직도 찾을 수 있다는 신념을 버리지 않고 있다.
『하나밖에 없는 종손을 옆에서 보고 지내는 것이 마지막 소원입니다. 죽기전에 귀염둥이 수한이를 보고 싶은 생각에 가슴이 터질것만 같습니다.』
8년 가까이 손자를 찾아 만사를 제쳐놓고 한국과 미국을 헤맨 노인의 눈에 어느덧 눈물이 맺히고 있었다.<뉴욕지사=김명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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