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수업 "학원보다 재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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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성사중학교에 개설된 방과 후 학교 독서논술반 수업 시간에 이종희 교사(왼쪽에서 셋째)가 학생들과 독서 토론을 마친 뒤 활짝 웃고 있다. ‘학생들은 학원 수업보다 재밌어요’ 라고 말했다. [사진=최승식 기자]

"얘들아, 친구 관계에서 느끼는 기쁨과 고민에 대해 얘기해 보자."

"책을 읽으면서 우리 반에 장애를 가진 친구를 전교생이 놀렸던 모습들이 생각났어요. 그게 나쁘다는 걸 알면서도 아무도 말리지 않았죠."

1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성사중의 보건교육실. 방학 중인데도 지도교사와 학생 10명 사이에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이 학교의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 중 하나인 '독서논술반' 수업이 한창이었다. 이날 주제는 '중학생인 나에게 행복이란 무엇일까'였다. 교재는 서울 신월중 학생들이 쓴 소설집 '로그인 하시겠습니까'였다. 1~3학년이 섞인 학생들이 2시간 동안 미리 읽어온 책에 대해 신나게 토론을 마치면 글쓰기가 시작된다. 다 쓴 글은 서로 돌려 읽고 지도교사가 첨삭도 해준다.

지도를 맡은 이종희 교사는 "학기 중엔 진도 때문에 여유가 없어서 방학을 이용한 독서토론 프로그램을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2월 졸업을 앞둔 이수연(16)양은 "토론 수업을 하니까 강의만 하는 학원 수업보다 훨씬 재미있다"고 말했다. 성사중은 이번 겨울방학에 독서논술반뿐만 아니라 원어민 영어회화, 골프 등 14개의 방과 후 학교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서울지역 대부분 초.중.고에서 방학 중 방과 후 학교가 한창이다. 교과목뿐 아니라 예술.스포츠.직업교육 등 다양한 강좌를 운영하는 곳도 많다. 수강료는 한 달에 3만~5만원으로 사교육에 비해 저렴하다.

서울 양천구 신원중도 방학 동안 아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학생 150여 명이 방학 내내 영어.수학.논술 등의 수업을 듣고 중국어.피아노.힙합댄스 등 과외 활동도 즐긴다. 이 학교는 다양한 진로 탐색의 기회를 주기 위해 제과.제빵, 헤어디자이너, 네일 아트 등의 강좌도 운영해 인기를 끌었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는 수강료를 받지 않았다.

방학 중 '도전! 헤어디자이너' 수업에 참가한 김정희(14.신원중 2)양은 "1주일에 두 번 하는 수업이 너무 기다려진다"며 "열심히 배워 헤어디자이너가 될 거예요"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방과 후 학교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서울 시내 초.중.고 50개 학교를 선정해 학교당 2000만원을 지원하고 우수한 프로그램에는 별도로 최고 1000만원씩 지원할 계획이다.서울시교육청 교육과정정책과 김성기 과장은 "저렴하고 우수한 방과 후 프로그램을 확대해 사교육비를 줄이고 교육의 격차를 줄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은하·박수련 기자<africasun@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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