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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평양 유행어는 "너나 걱정하세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최근 남한 TV드라마와 영화.가요를 담은 비디오와 CD가 북한에 대거 유입돼 주민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정부 당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 사이에 '너나 걱정하세요'라는 말이 유행어로 등장했다고 한다. 이는 2005년 7월 개봉돼 인기를 끈 영화 '친절한 금자씨' 에서 주연을 맡았던 이영애씨의 명대사 '너나 잘하세요'를 변형시킨 것이다.

여기에 '가을동화'나 '불멸의 이순신'같은 남한 TV드라마에 빠진 북한 젊은층도 늘고 있다고 한다. 남한 드라마를 보지 못한 사람은 아예 '왕따' 취급을 받을 정도라는 것.

이런 현상은 북한과 중국을 오가는 해외 여행자를 통해 비디오와 CD의 밀반입이 늘어나면서 나타났다. 특히 TV와 비디오에 이어 DVD플레이어와 컴퓨터의 보급이 이뤄지고 있는 평양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 등지의 한류(韓流)문화가 다소의 시간 차는 있지만 국경지역의 보따리상을 통해 북한으로 흘러들어가 주민들의 남한생활상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한 드라마와 영화에 빠져든 북한 젊은이들은 헤어스타일과 패션까지 바꾸고 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은 "청년학생들 사이에 부르주아 날라리풍이 번지고 있다"며 "이색 생활풍조의 유입을 경계하자"는 사상교양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체제 유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효과는 신통치 않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형법은 음란.퇴폐물을 제작.유포하거나 돌려볼 경우 2년 이하의 노동단련형(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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