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과기원 연구원 무시험 선발 "불합리"|이혁수 <서울 성동구 사근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우리 사회가 일류를 선호하고 일류병에 걸려 있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국가 기관에서도 이러한 모습을 보여 준다면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별 관심도 안 갖고 있는 일이겠으나 우리 나라 과학 기술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곳이 한국과학기술원이다. 대한민국의 과학도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가 보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작년부터 이곳은 연구원을 선발할 때 무시험 전형으로 선발 인원의 일부를 뽑아 왔으며 올해는 선발 인원의 약 절반을 무시험으로 뽑는다고 한다. 선발 기준은 지원 대학생들의 학교성적에 있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출신 학교에 따라 그 가중치를 두어 학점에 곱한 환산 점수 제도를 택하고 있다한다.
물론 학교와 학생들간의 실력차를 무시할 수는 없겠으나 그 가중치가 크게 차이 난다면 소외 이류나 삼류라고 일컬어지는 대학의 학생들은 입학 후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해도 이러한 제도 아래서는 그들의 진가를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 제도는 과기대나 서울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선발을 하겠다는 의도가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다. 예전에 기업들이 하던 작태를 이제 와서 국가 기관에서 흉내를 내고 있는 듯한 인상마저 주고있다.
또 서류 접수 때에도 분명 전 일간지에 그 시기와 방법을 접수 개시 전에 공표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올해는 이마저 없었다. 과기원에서는 어느 학교에도 무시험 서류 전형에 대해 알리지 않았는지 물어보고 싶다.
그 기간도 작년 올해가 달라 무심코 그 기간을 놓친 학생이 발생한다면 이는 엄청난 과오라고 생각된다.
만일 진정한 실력자를 선발하고자 한다면 이러한 어설픈 제도에 얽매이지 말고 정당하게 실력을 겨루어 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한다. 이 제도는 일정한 대학에 특혜를 주는 듯한 인상을 지워버릴 수가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