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돈세탁 문제 해결 실마리 찾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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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니얼 글레이저 미국 재무부 금융범죄담당 부차관보가 31일 베이징(北京)에서 북한 측과 이틀째 협의를 마친 뒤 "북한의 돈세탁 문제에 관한 조사가 해결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대해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동결된 북한 자금(2400만 달러) 중 합법자금은 미국이 풀어 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2005년 9월 이후 지속돼온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가 처음 해제되게 된다.

글레이저 부차관보는 베이징의 북한 대사관에서 오광철 국가재정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이틀 일정의 회담을 끝내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번 회의는 매우 생산적이었으며 희망적인 정보를 얻었다"며 "우리는 다시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차기 회의 일정을 구체적으로 정하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숙소인 세인트레기스호텔(國際俱樂部飯店)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날 회의에서 북한 측이 돈세탁과 위조지폐 제작에 개입했다는 혐의가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이는 금융 제재문제를 풀기 위해 북한이 과거의 불법 행위를 인정한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전날 그는 "이번 회의에 위조지폐 전문가 두 명을 데리고 왔다"며 "(대북 금융제재를 시작한 이후) 18개월간 30만 쪽에 달하는 문서를 검토한 결과 북한의 불법 금융행위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 평양 방문 가능성도=존 네그로폰테 미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는 6자회담의 미국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의 평양 방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였다. 북한 문제를 포함한 미국의 동북아시아 정책을 총괄할 그가 힐의 방북 가능성을 열어놓은 건 미국의 대북 접근 방식이 유연해졌음을 의미한다. 북한은 2005년 10월 미국에 힐 차관보의 방북을 제안했으나 백악관은 "북한과 직접대화는 없다"며 응하지 않았다.

8일 재개되는 6자회담에 대해서는 "우리의 주된 관심은 북한 원자로와 재처리 시설의 동결과 국제적 핵 사찰"이라고 전제하고 "그릇된 희망을 부풀리고 싶진 않지만 우리가 (협상을) 진전시킬 수 있다고 낙관할 어느 정도의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워싱턴=진세근.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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