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산업구조 바꿔 개방압력 대응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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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나는 노태우 대통령의 미국·캐나다 국빈 방문 비공식수행원의 일원으로 정상외교의 모습을 가까이 에서 지켜볼 수 있는 행운을 얻게 된 것을 대단히 기쁘게 생각하면서 뻗어 나가는 국력의 현장에서 보고 느낀 몇 가지를 적어 보고자 한다.
미국이 이번에 여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청한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한국의 민주화노력에 대한 높은 평가와 그 동안 높아진 우리의 국제적 위상, 그리고 한국이 미국의 중요한 통상 상대국이 될 정도로 이룩한 눈부신 경제성장 등이 작용했으리라 생각된다.
우리의 무역규모는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7번째로 중요한 교역당사국임을 생각할 때 『오랜 냉전과 갈등의 시대가 끝나는 이 커다란 변화의 시점에서 우리가 만나고 있습니다』라는 부시 대통령의 환영사의 한 부분은 오늘의 한미관계를 설명하는데 천근의 무게가 실린 대목이라고 생각되었다.
노 대통령의 캐나다 방문에서도 역시 국력의 신장과 오늘날 국제관계에서 가장 첨예한 대림을 빚고있는 통상관계에 있어서도 우리가 캐나다의 중요한 대상국임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미 대륙은 비행기로 횡단하는데도 5시간이나 걸리는 광대한 당이었다. 나는 비행기 창 밖으로 이 거대한 대륙을 보면서 좁은 국토에서 아웅다웅하는 우리의 처지를 생각할 때 부러움이 앞섰다. 특히 몇 시간을 날아도 끝이 보이지 않는 대평원을 보면서 무한정으로 생산될 수 있는 이 나라 농민들의 농산물처리를 위해 농산물수입개방압력을 퍼붓고 있는 이 나라의 고민과 입장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면서도 저 광활한 평야에서 생산된 농산물이(미국·캐나다의 농가 당 평균경작면적 약2백ha, 우리나라는 1.2ha)우리에게 물밀듯 쏟아져 들어왔을 때 우리농촌의 형편이 과연 어떻게 될까를 생각하니 가슴이 무거웠다. 하루빨리 우리 실정에 맞는 농촌 산업구조 조정이 이루어져 과감한 변신으로 이들의 압력에 대응해야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아무튼 우리나라 발전의 요체는 쉼없는 민주화 노력과 경제발전, 그리고 우리모두의 국제화시대 대응능력 배양이라는 것을 이번 여행을 통해 실감했다.
또 우리의 활동영역은 좁은 한반도 땅덩어리가 아니라 세계를 품에 안고 일을 해야 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인식해야할 것이며 국제화·세계화시대에 적응해 나갈 수 있는 우리의 국제감각배양과 인재양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방호<수산업협동조합 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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