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 코리아 일단 진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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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외국인이 주식을 판다고 걱정하지만 미국의 장기 투자자금은 꿈쩍도 안 하고 있습니다."

대우증권 박영선 뉴욕 법인장의 말이다. 그는 지난해 '셀 코리아' 행진을 이어간 외국투자자들의 한국 증시에 대한 시각을 묻는 질문에 "올해 한국 증시가 약세를 보이면서 좋은 종목을 골라 달라는 주문이 많이 들어온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조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치운 외국인들의 한국 시장 '엑소더스'가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30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조125억원을 사들이며 8개월 만에 순매수세로 돌아선 외국인은 이달에도 29일 현재 1000억원이 넘는 '사자'로 순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외국인의 매매 동향에 예민한 증권사 미국 법인장들은 "외국인의 공격적 매도가 일단락됐다"고 입을 모은다. 외국인들이 본격적인 '바이 코리아'로 돌아선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지난해 말부터 팔자 공세가 급격히 둔화됐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 증시의 약세로 가격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는 점도 외국인의 매도세를 진정시키는 데 한몫하고 있다.

삼성증권 황봉목 뉴욕 법인장은 "지난해에는 중국.인도 등의 증시가 워낙 많이 오르다 보니 한국에서 자금이 빠져나간 것"이라며 "헤지펀드들의 자금이 충분히 빠져나갔기 때문에 외국인 자금의 추가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펀드 투자 문화가 정착되고 연기금의 증시 투자가 늘어나면서 한국 증시가 다시 조명을 받고 있는 분위기다. 외국인들이 과거에는 한국을 시장 논리보다는 정치적 이슈에 반응하는 이머징마켓으로 봤지만 지금은 수익성을 근거로 투자하는 선진시장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라자드애셋 존 라인스버그 부사장은 "투자 종목이 바뀔지는 몰라도 외국인들의 장기 투자자금이 한국을 떠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시 전문가들은 올해 외국인의 매도세가 진정되는 가운데 펀드를 중심으로 한 기관들의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증시에 힘을 보태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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