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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와 마이클 조던의 공통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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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전경련 회장으로 재 추대된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이 둘째 아들 강문석 수석무역 대표를 만나 회사 경영권 분쟁을 일단락 지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지난 2년간 쌓인 오해도 풀어 부자간의 정을 다시금 확인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하지만 필자로서는 한가지 수긍이 안가는 내용이 있었다.

기사에 따르면 "부자간의 훈훈한 모습은 강 대표가 취재기자들을 따돌리면서 불상사(접촉사고)가 났고 강 회장은 기자들 앞에서 아들을 변호하면서 아들의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기자들 앞에 나서지 못한 점"을 공개적으로 사과했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아들이 어릴 때부터 공부는 잘했는데, 남 앞에 나서서 이야기하는 것은 잘 못했다"며 "이를 고쳐주려고 대외활동을 많이 시켰지만, 아직도 익숙하지 않다"고 말했다.

강 회장을 비롯한 상당수 경영자들이 '내성적인 성격'을 고쳐야 할 점으로 생각하는 것은 내성적인 사람이 자기만의 특성을 잘 발휘하면 크게 성공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에서 번역 발행된 '내성적인 사람이 성공한다'는 책은 교육자이자, 작가이며 심리치료사인 마티 올슨 래니가 썼다. 그는 이 책에서 내향성과 외향성은 유전적 요인에 의한 고유한 기질이라며 링컨이나 아인슈타인, 빌 게이츠, 마이클 조던 같은 사람들이 모두 내성적인 사람들의 우수한 특질, 즉 창조성이나 신뢰성, 의지력, 통찰력, 집중력, 지적 능력 등을 잘 펼쳐 보인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신뢰보다는 인기를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인지 몰라도 이러한 문화에 적합한 기질, 즉 외향적인 특질을 가진 사람들을 좋게 생각하고 대우해준다. 또한 외향적인 사람의 비율은 내성적인 사람들에 비해 3배나 많다. 이러한 문화에서 외향성은 보편적인 것 또는 정상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내성적인 사람들은 바깥세상의 요구에 순응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것 같다.
 
필자도 어린 시절부터 내성적인 것을 '한탄'했으나 미국에서 리더십 교육을 받은 후부터는 '내성적인 사람이 자신의 특성을 잘 살리면 크게 성공 한다'는 확신을 갖고 노력했다. 그 결과 내성적 기질이 강점이 되었고, 지금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기조연설 등을 하면서 많은 내향적인 기질의 청장년들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어 주고 있다.
 
최근의 조사에 의하면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신뢰받고 의지력이 강한 대기업의 총수들이 대부분 내성적인 사람들이다. 또한,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을 비롯한 역사적인 인물중에도 내성적인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필자가 아는 강 회장의 둘째 아들 강문석 수석무역 대표는 강한 의지력의 소유자로 신뢰성을 갖춘 훌륭한 리더다. 그가 부친과의 갈등을 현명하게 풀고 자기 역량을 100% 발휘하기를 기대해본다.

김경섭 한국리더십센터 대표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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