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유명음악학교/아시아계가 몰린다(지구촌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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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등 전체의 35∼70% 차지/국내수용 태부족·유학병 탓
미국의 유명한 음악학교에 한국등 아시아계 학생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뉴욕의 줄리어드 음악학교 등 이름있는 음악학교에 한국등 아시아계 학생들이 적게는 35%에서 많게는 70%까지 차지,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을 반영,유명 오키스트라 등에도 아시아계 연주자들의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유명 음악학교들은 아시아계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쓰고 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뉴욕 줄리어드 음악학교의 경우 대학과정 학생 가운데 35%가 아시아계로 그중 절반이 한국학생들이며 대학예비 과정은 68%가 아시아계가 차지하고 있다.
매사추세츠주 나틱에 있는 뉴잉글랜드 음악학교와 제휴한 월넛힐 음악예비학교는 학생의 70%가 한국과 대만계로 한국학생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뉴욕주 로체스터에 있는 이트먼 음악학교는 한국학생이 대부분인 아시아계가 35%를 차지하고 있다.
이같은 현실은 다소 차이는 있지만 인디애나대 등 다른 미국의 유명 음악대학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음악예비학교나 음악대학에 한국인등 아시아계 학생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세가지 요인으로 지적된다.
하나는 한국등 아시아계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음악교육을 시키는 것을 큰 자랑으로 여겨 어려서부터 자녀들에게 음악교육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아계 미국이민들은 미국사회에서 사회적 지위향상의 길이 크게 제한되어 있는 현실 때문에 그 벽이 비교적 낮은 예술분야에 자녀들을 진출시키려는 성향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음악학교에서 아시아계 학생증가의 또다른 요인은 한국등 아시아국가 부모들의 음악교육열이 높은데 비해 국내 음악대학들의 수용능력이 적어 그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많은 부모들은 자녀들을 어린나이에 미국에 유학시키고 있고 그 결과로 정규 음악대학이 아닌 음악예비학교들도 아시아계 학생들로 붐비게 된 것이다.
한국등 아시아계 부모들은 또 고국에서는 음악대학에 진학시키기 위해 개인교습등에 엄청난 돈이 들어가 그 돈이면 자녀들을 유명한 음악가들이 몰려있는 미국에서 교육시킬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도 분석되고 있다.
14세때 미국에 가 피아노 공부를 해 89년 유명한 월리엄 카펠 피아노경연대회에서 1등을 한 백혜선양(26·뉴잉글랜드 음악학교 대학원 과정)은 『한국인들이 미국 음악학교에 많이 유학한 이유는 한국대학들이 지원자의 10%밖에 수용치 못하는 현실에도 원인이 있지만 결혼때 돈이 있는 집안이나 배우자를 잘 만나게 해주려는 부모들이 무턱대고 자녀를 외국유학 시키는데에도 있다』며 후자의 경우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내 음악학교들은 요즘 독자적으로,혹은 몇학교가 연합으로 아시아계 학생들을 확보하기 위해 교수들이 서울과 대만·일본 등에 출장다니는 것은 흔한 일이 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음악대학에 입학하지 못한 학생들이 주로 스카우트 대상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서양음악을 연주하는 아시아인들에 대한 비판도 없지않다. 동양인 연주자들은 연주자체는 기술적으로 흠이 없고 완벽하나 연주에 영감이나 감흥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미 음악학교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한국등 아시아계가 장래 미 음악계를 지배할 것이란 전망은 꼭 비현실적으로만 들리지 않는다.<뉴욕=박준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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