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농구대잔치 첫날] 하승진 '키값'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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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로 미국프로농구(NBA) 진출을 꿈꾸는 국내 최장신 센터 하승진(18.2m23㎝)이 성인무대에 모습을 나타냈다.

삼일상고 졸업반인 하승진은 20일 개막한 2003 우리은행배 농구대잔치 남자부 개막전에서 대학 최강팀 연세대 유니폼을 입고 출전해 성균관대를 상대로 20분12초 동안 코트를 누비며 8득점, 8리바운드, 2슛블록을 기록했다. A조의 연세대는 전정규(17득점).방성윤(12득점) 등 선수 전원의 고른 활약으로 94-66으로 승리, 대회 2연속 우승을 향해 상큼하게 출발했다.

하승진은 아직 고교생 신분이지만 대학 진학 예정 선수의 출전을 허용한 대회 규정에 따라 농구대잔치 무대에 섰다. 하승진은 "고교 대회에서 처음 뛸 때와 비슷한 느낌"이라며 "리바운드에 치중했고 열심히 선배들을 따라 움직이다 보니 득점할 기회도 왔다"고 말했다.

하승진의 첫 득점은 관중을 꽤나 조바심나게 만든 후에 나왔다. 하승진은 4쿼터 22초, 골밑에서 수비수를 등지며 돌아서서 그대로 점프, 힘찬 슬램덩크로 데뷔골을 터뜨렸다. 관중의 환호가 끝나기도 전에 두번째 슬램덩크(1분35초), 2분30초 만에 오른손 훅슛, 4분이 지날 때쯤 오른손 언더슛이 림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관중석에서는 아버지 하동기씨가 아들의 경기를 지켜봤다. "첫 경기라 다소 위축된 것 같다. 어서 골을 넣어야 하는데 자리를 못 잡네"라며 초조해하던 하씨는 첫 득점이 터지자 "어설펐다"고 깎아내리면서도 환한 웃음을 숨기지 못했다. 두번째 덩크슛과 훅슛에 대해서는 함박웃음으로 소감을 대신했다.

머리에 살짝 물을 들이고, 배번 55번을 단 하승진의 첫 임무는 팁오프 볼을 따내는 일이었다. 상대는 2m2㎝의 박상우. 거뜬히 볼을 따내 첫 공격권을 연세대로 가져왔다. 하승진은 처음부터 위력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났다.

우선 성균관대가 정공법을 포기하고 나왔다. 성균관대는 1쿼터 시작하자마자 공격 제한시간 24초 가운데 14초를 버리고 남은 10초에 공격하는 컨트롤 게임을 선택했다. 그러나 하승진이 버티는 골밑으로 파고들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이 작전의 명중률이 높을 수는 없었다. 어수선한 가운데 하승진은 하나씩 자신의 몫을 찾아갔다.

하승진은 경기 시작 1분39초 만에 성균관대 임재원의 슛을 블록했고, 3분58초에 첫 공격 리바운드를, 4분35초에 첫 수비 리바운드를 잡았다. 4분7초에 호쾌한 슬램덩크를 터뜨렸지만 파울을 선언당해 득점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동안 골대를 뒤뚱거리게 만든 엄청난 파괴력은 관중석에서도 분명히 느꼈다. "어!"하는 감탄사가 곳곳에서 터졌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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