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약 오른 '코트의 제갈공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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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의 제갈공명'이 진땀을 흘리고 있다. 대학 무대를 평정하고 지난 시즌 프로농구에 뛰어든 최희암(사진)모비스 감독이 연패의 시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7일 현재까지 2승9패로 최하위인 데다 경기 내용도 기대 이하다. 최감독 특유의 묘수는 고비마다 터져 나오는 실책 때문에 써먹을 틈이 없다.

시즌을 앞두고 최감독은 "여름 내 강훈련을 거듭했고 다양한 전술을 준비했다. 선수들은 자신감에 충만하다. 이번 시즌에야말로 갈 데까지 가보겠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갈 데까지 가겠다는 말은 정상을 노린다는 완곡한 표현으로 엄청난 야망을 숨기고 있었다. 그런데 그 준비와 자신감은 어디로 가고 연패에 허덕이는 걸까.

먼저 최감독의 자가 진단은 이렇다. "초반에 시소게임을 벌이다가도 고비를 못 넘기고 몇 경기 패하다 보니 자신감이 줄었다. 초반에 앞서다가도 상대팀이 따라붙으면 '오늘도 안 되나'하는 마음에 투지와 집중력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특히 꼭 이겨야 할 약한 상대에게 어이없이 패한 경기를 아쉬워한다.

방송.신문 해설을 맡은 전문가들은 모비스의 선수 구성과 전술 운용에서 문제를 찾는다.

Sky-KBS의 진효준 해설위원은 "김승기.전형수 등 가드진이 외국인 선수들과 국내 선수들의 플레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지 못하는 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모비스의 전신인 기아 출신이어서 애정이 남다른 김유택 KBS 해설위원도 비슷한 의견이다. 김위원은 "팀에 확실한 리더가 없어 승부처에서 결판을 못 낸다"고 아쉬워한다.

그럼 처방은?

진.김 위원은 입을 맞춰 "속공을 활성화해야 모비스가 산다"고 강조한다. 한국 농구를 잘 아는 조니 맥도웰과 주포 우지원의 위력이 살아나려면 먼저 속공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해 상대 조직력을 무너뜨려야 한다는 것이다. 가드진이 이 일을 맡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맥도웰은 억지스러운 골밑 플레이를 일삼고 우지원.김동우의 슛도 명중률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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