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美국립보건원 프로젝트 딴 신경림 梨大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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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간호학과 신경림(50)교수는 한손엔 주사바늘을, 한손엔 수지침을 들고 있어 '수지침 전도사'로 불린다.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간호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그가 지난 10여년간 수지침.쑥뜸 등 대체치료법 연구에 몰두해 붙은 별명이다. 그러던 신교수가 최근 첨단 의학의 요람인 미 국립보건원(NIH)에 수지침 등 대체치료법의 효능을 연구한 연구계획서를 내 6억원짜리 대형 프로젝트를 따냈다.

"수지침이나 쑥뜸으로 효험을 봤다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봅니다. 하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세계적으로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웬만한 연구자가 아니면 명함도 못 내민다는 NIH에서 대체치료법으로 연구비를 따낸 것은 국내에서는 신교수가 처음이다. 그의 대체치료법에 대한 연구는 체험에서 비롯됐다. 1991년 박사학위를 끝낼 무렵 자궁적출수술을 받은 게 탈이었다. 수술 후 온몸이 찌뿌듯하고 붓는 데다 손발이 찬 증세와 요통 등 부작용에 시달렸다. 언니의 소개로 수지침.쑥뜸 등의 치료를 받은 뒤 손발이 따뜻해지고 온몸이 편안해졌다.

"한국 여성의 13.5%, 미국과 호주 여성의 17%가 자궁을 떼어낸 이른바 '빈궁마마'라고 합니다. 그들이 겪는 부작용을 치료하는 데 수지침.쑥뜸.쑥찜 등의 치료법이 효험을 발휘한다는 것을 연구를 통해 밝혀냈지요."

계량화되고 기계화돼 있는 서양 의학계에 동양사상을 토대로 한 대체의료법의 효험을 체계적으로 밝히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선 신교수는 2년여간 매주 토요일마다 수지침을 배웠다. 대체치료법의 철학적 바탕이 되는 유교.불교.도교 등에 관한 원서를 놓고 공부도 했다. 이 같은 공부는 간호학에서도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서양식 간호가 아닌 뜸이나 마사지.수지침 등을 이용한 '한국형 간호학'을 정립한 것이다.

"많은 한국인이 쑤시고 저리는 현상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서양 사람들도 표현은 다르지만 비슷한 증상을 겪고 있어요. 그렇다면 우리 몸에 맞는 간호 요법이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는 치료법이 될 수 있지요."

그의 한국형 간호학 이론은 2001년 세계적인 간호잡지인 '계간간호학(Nursing Science Quarterly)'에 소개돼 서양 학자들에게 주목받았다. 또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세계여성건강연맹대회'에서 그는 자신의 이론을 소개했고, 여성건강분야 연구로는 미국에서 최고로 꼽아주는 워싱턴대 하이트켐퍼 교수에게서 공동 연구를 제의받았다. NIH 프로젝트도 앞으로 2년간 이화여대와 워싱턴대가 공동으로 임상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NIH에서 엄청난 관심을 갖고 있어요. '여성 보완.대체 치료법 연구센터'를 설립해 그들이 우리 것을 받아들일 때까지 연구를 계속할 것입니다."

문경란 여성전문기자<moonk21@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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