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통일 동북아 질서/한미주도 발판구축/노­부시 회담에 담긴의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21세기 향한 새로운 협력구도 도출/쌍무현안 없어 북한핵 최우선 논의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머지않은 장래에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는 통일에 대비하면서 급속히 변화하는 한반도 주변 동북아의 질서재편에 한미관계를 기본축으로 대응하기 위한 포석의 일환이다.
우리측은 동북아질서재편의 과정에서 가장 중대한 변화가 될 한반도의 통일이 우리의 주도아래 이뤄질 수 있기를 희망하고 이에 대한 미국측의 협력을 구한 것이며 미측도 기본적인 이해를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특별한 당면현안이 없는 가운데서 이뤄졌다.
그동안 미국측은 ▲템포빠른 북방외교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고 ▲우루과이라운드협상에서 비협조에 불평을 늘어놓았으며 ▲통상개방에 대한 우리측 입장에 불만을 가졌었다.
특히 제주 한소정상회담에서 한소 선립협력조약 체결이 합의됐을때 미측의 우려는 상당히 심각한 정도가 됐고,UR타결실패는 미측의 대한 불만을 가중시켰다.
미국측에서 한반도 핵철수문제가 나오고 주한미군의 감축이 제기된 것도 단순한 미측의 세계전략적인 차원의 것만은 아닌 것으로 이해됐었다.
정부측은 이런 미측의 걱정과 불만을 씻는 조치들을 취해왔다. 북방외교가 한미의 기본관계에서 출발할 수 있다는 점을 납득시키는 외교노력을 벌였고,한미간의 통상문제는 농산물 몇개 품목을 제외하고는 거의 개방한 상태였다.
주한미군도 우리측이 방위비 분담을 늘려 주둔경비의 상당한 부분을 제공키로 함으로써 감축의 속도를 늦춰 한반도의 전쟁억지력으로서 상당기간 존속토록 한다는 것이며 미측도 이에 반대하지 않는 입장을 보였다.
이처럼 양국간의 모든 현안이 사전해결됨에 따라 해결해야할 현안은 없어졌으며 동북아 질서개편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려는 미국측의 이해도 작용해 양국 정상은 그 어느때보다 이해가 넘치고 화기가 가득한 정상회담을 할 수 있었다고 하겠다.
이와 관련,국제적 인정을 받게끔 높아진 우리의 위상이 종래의 차원을 넘어선 새로운 파트너십을 추구하도록 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양국 정상이 ▲21세기를 향한 같은 기조위에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는게 상호 유익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조속히 정착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기로 한 것도 양국간의 이해와 협력의 분위기를 나타낸 것이며 부시 대통령이 한국의 민주적이고 평화적 통일노력에 「최대한」 기여하겠다는 등 적극적인 용어를 구사하고 북방정책을 「찬란한」 성공이라고 찬사를 보낸 것도 단순한 수사만은 아니다.
이같은 상황인식과 정세판단 전망위에서 양국정상이 북한의 핵무기개발 저지를 최우선 현안으로 삼은 것은 당연하다.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이 일본의 핵무장등을 유발,한반도와 동북아질서에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결론,결코 용납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해온 것이 주지의 사실이며 양국은 IAEA가 수락할 수 있는 핵안전협정 체결과 핵재처리시설·물질 등에 대한 국제사찰을 받을 것과 주한미군 보유의 핵무기 철수주장과의 연계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확실히 했다.
한미 양국정상은 북한이 핵관련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남북대화 등에 임한다면 미­북한 관계개선을 위한 조치를 가시화 시키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이는 일­북한 관계개선의 속도에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이 지역의 변화에 우리측의 발언권이 다소 강화되게 됐다.
우리측은 이같은 한미파트너십을 기초로 하여 앞으로의 대북정책,대 중국 정책을 추진할 작정이며 미국측은 한국에 대한 양보지원과 주변국과의 관계개선 협조를 통해 이를 뒷받침한다는 맥락이다.
양국 정상이 『통일과정뿐 아니라 그 이후에도 모든 면에서 협력한다』는 것은 이를 나타낸 것이라고 하겠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노대통령의 한미 관계축을 중심한 통일구상이란 면에서는 상당히 의미있는 외교노력이라고 할 수 있으며 방위비 분담의 증액이나 통상개방의 논제와 단순비교로 손익계산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워싱턴=김현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