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사랑] ‘이쁜이 수술’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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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예전에 부촌으로 손꼽히던 가회동 주민들이 대거 강남 아파트로 이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겨울이면 춥고 프라이버시 보장이 허술하다는 결점 때문에 집을 팔고 옮겨 앉은 것으로 안다. 바로 그런 사실은 이미 오래전에 한 수필가가 예견하고 한옥 가옥 구조와 부부생활의 관계를 재미있게 묘사한 글을 발표한 바 있었다.

우리네 가옥 구조는 높은 담에 철조망까지 설치해 이웃과 격리된 생활을 하면서 집 내부는 거의 한지 한 장으로 가린 무방비 상태에 있다는 내용이 수필 속에 그려져 있다. 그 교수는 이런 가옥 구조 때문에 부부들이 마음 편히 성생활을 즐기지 못한다고 적었다. 언젠가 필리핀에서도 비슷한 가옥 구조로 고부 간에 갈등이 있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프라이버시 보장이 안 되는 가옥 구조가 부부생활에 큰 장애요인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나라 주부들에게 불감증이 많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그 원인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필자의 클리닉에서 만났던 임상 케이스인데, 코딱지만한 한옥에서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젊은 여성이 침실에서 목석 같다고 해서 남편에게 이끌려 찾아 온 사건이다. 매일 밤 남편이 쉬지 않고 대시해도 성감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심층 인터뷰를 해보니 침실 환경에 문제가 있는 것을 알아냈다. 그래서 국내 여행이라도 해서 외부적 간섭이 배제된 고급 호텔에서 잠자리를 가지라고 했더니 얼마 후 그녀는 마음껏 신음소리도 내며 절정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소식을 알려 왔다. 시어머니를 의식하지 않고 섹스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여성들의 성적 특성은 사람마다 다른데 일반적으로 양가댁 규수 출신은 섹스 때 신음소리를 내는 법이 없다. 스스로 성적 흥분을 억제해 자신의 무아경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페나 요정에 근무하는 호스티스들과 섹스를 하면, 거의 예외 없이 거침없는 감창(甘唱)의 분출을 듣게 된다. 그 속에는 남성을 만족시켜 주면서 섹스에 민감하다는 자신의 매력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인도의 고대 성전(性典)인 애경(愛經) 또는 애비(愛秘) 등에도 이런 ‘울부짖음’을 여러 가지로 묘사해 놓은 대목이 있는데, 여성이 남자를 사로잡는 비법으로 가르친다고 들었다. 요즘 강남의 산부인과에서 질구에 또 하나의 소음순 같은 주름을 만들어 남자들이 페니스 끝으로 느끼는 접촉감을 좋게 만들어 준다는, 소위 ‘더블 소음순 이쁜이 수술’을 시행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남성을 만족시킨다는 점에서 인도의 울부짖음과 대동소이한 맥락이 아닌가 생각한다.

각설하고 만족을 주는 원칙으로 이런 규방의 소리가 필요하다는 것은 예부터 널리 알려져 있던 섹스 테크닉이었다.

일본 메이지 시대에 발간된 여규훈(女閨訓)이란 섹스 북에는 출가하는 여성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일러주고 있다. 성교하는 동안 입을 다물고 있지 말고 순간 순간 느끼는 감각을 솔직히 신랑에게 알려주라는 대목이 있다. 그러면 남편도 더욱 분발해 자기 실력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내에게 소리를 내게 하는 기법은 세계 각국의 여러 성전에 등장하는 보편화된 섹스 테크닉의 하나다.

창녀가 흐느껴 우는 시늉으로 손님의 흥을 돋우게 만들어 일을 빨리 끝나게 하는 것은 널리 알려진 홍등가의 상술이다. 여성이 섹스 때 신음소리를 내는 것은 심리학적으로 매우 재미있는 현상으로 학계에서는 이를 ‘제임스-랑게 학설’이라고 부른다. 어떤 정서가 발생하는 것은 표출에 의해 그것이 더욱 강화되어 나타난다는 주장이다. 흔히 슬프니까 울고, 우스우니까 웃는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와 반대로 울면 슬퍼지고 웃으면 우스워진다는 것이 이 이론의 근본이다.

이 학설을 발표한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울기 때문에 분개하고 떨기 때문에 두려워한다’는 명언을 남긴 바 있었다. 신음소리나 감창 등 자신의 감정을 분출하면 그 자극을 받아 자신도 모르게 성감이 일어나게 되는 것도 그런 이론에 근거한 것이다.

곽대희 피부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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