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단일팀 더 많아질 것"-장충식 코리아축구 ks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분단 46년만에 축구에서 처음으로 구성된 코리아청소년축구선수단은 이번 대회에서 성적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서로가 진한 형제애를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 큰 소득입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서로가 양보하고 이해한다면 통일의 날도 머지 않은 것으로 확신합니다.』
포르투갈에서 열린 제6회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서 8강에 오른 후 평양에서 해단식을 갖고 29일 판문점을 거쳐 귀환한 코리아팀 장충식 단장은 이번 대회 참가로 한민족의 우수성과 동질성을 확인한 것이 무엇보다도 큰 성과였다고 강조한다.
지난5월초 서울과 평양에서 두 차례의 평가전을 통해 탄생된 코리아청소년축구팀의 단장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맡아 남북선수 및 임원 31명씩과 한달간 동고동락을 같이했던 장단장은 탁구에 이어 두번째로 구성된 축구팀이 남북스포츠교류에 일대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조촐한 환영식이 베풀어진 힐튼호텔에서 장충식 단장을 만났다.
-평양에서 북한고위체육인들을 만나 남북스포츠교류문제를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28일 저녁 옥류관 만찬에서 김유술 북한국가체육위원회위원장 및 김형진 남북체육회담 북측수석대표 그리고 최요해 북한축구협회장 등과 자리를 함께 하며 이 문제를 토의했다. 김유순 유원장은 양측 체육장관의 합의사항대로 빠른 시일 내에 체육회담을 열어 92년도 바르셀로나올림픽 및 95년도 삼지연 동계아시안게임의 단일팀구성 및 통일축구의 정례화문제를 다루자고 말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93년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의 남북한 공동개최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을 약속했으며 다른 중요국제대회에도 단일팀이 구성될 수 있기를 희망했다.
-북한에서의 이번 선수단 환영은.
▲평양평가 전에서는 아주 냉담했었는데 이번에는 의외로 환대를 받았다. 선수단이 내린 순안비행장에는 1천여명의 환영객이 나와 열렬히 맞이했으며 숙소로 가는 길목에서도 평양시민들이 뜨겁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북측은 이번 대회 성과를 지난 66년 런던 월드컵대회 8강가 같은 수준으로 평가, 포상으로 임원 및 선수들에게 아파트와 세탁기·냉장고 등을 준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달여 동안의 생활을 통해 느끼는 바가 많았을 텐데.
▲생활방식과 생각하는 것이 달라 처음에는 다소 어려웠다. 그러나 사로가 정치적인 얘기를 의도적으로 삼가고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다 보니 대회에 임박해서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로 친해졌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데 까지 발전했다. 이번에 느낀 것은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고 진솔하게 대한다면 한데 뭉치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점이다.
-당초 예선통과도 어렵다고 보았는데.
▲사실 임원들은 걱정을 많이했다. 솔직히 말한다면 우리가 8강에 오른 것은 기량보다는 투지를 앞세운 정신력의 결과라 본다.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은 우리의 승리가 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노력했다고 본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훈련기간이 충분치 않은 것이다.
축구는 팀웍이 중요한데 한달간으로는 어렵다고 본다. 앞으로 단일팀을 구성할때는 충분히 검토하고 시간을 주어야한다고 절실히 느꼈다.
-선수기용을 둘러싸고 안세욱 감독과 남대식 코치간의 불협화음이 노출되었는데.
▲선수기용에 관한한 임원들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북측에서는 일부임원들이 끼어들어 코칭스태프가 전권을 행사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받아 답답하기도 했다.
단일팀이 구성된 이상 코칭스태프는 남북을 떠나 최상의 선수를 기용했어야했으나 북측이 숫자에 얽매이는 것 같아 애로가 많았고 이 과정에서 약간의 불화가 발생한 것으로 안다.
-이밖에 애로사항은.
▲우리측이 역사적인 행사를 기록할 전문촬영기사를 동행시키지 못한 것은 문제다. 북한이 전문가 한명을 전담시켜 평가 전부터 끝날 때까지 선수단의 일거수일투족을 필름에 담은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앞으로 남북체육교류에 대해 조언한다면.
▲이질적인 요소가 많기 때문에 급조해서는 성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분위기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추진해야할 것이다. <임병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