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청 여 핸드볼 김완렬 감독|핸드볼 붐 일구는 왕년 레슬링 스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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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레슬링선수 출신의 무허가 건물 단속반장이 핸드볼 감독으로 변신, 핸드볼 불모지 중원벌에 핸드볼 붐을 일으키고 있어 화제가 되고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청주시청 여자핸드볼감독 김완렬(46)씨.
김씨는 지난 86년 12월 예산부족 및 감독·코치간의 불화로 해체위기에 놓였던 청주시청 핸드볼 팀 사령탑을 맡은 이후 각고의 노력으로 팀을 활성화, 전국에서 손꼽히는 명문 팀으로 가꾸어 놓았다.
지난달에는 김 감독의 이 같은 책임감과 성실성을 높이 평가한 모 정당으로부터 광역의회의원 출마권유도 받는 등 지역유지로서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원래정통 레슬링경기인 출신.
59년 청주 주성중 1년 때부터 레슬링을 시작, 작년 해병대에서 은퇴할 때까지 항상 전국 대회에서 입상하는 등 이름을 날렸으며 현역에서 떠난 뒤에는 충북레슬링협회 코치로 후진양성에 몰두해왔다.
73년 당시 청주시청 별정직 공무원(무허가 건물단속반)으로 채용됐다. 10여 년 근무하던 김씨는 우연히 성실성과 지도력을 인정받아 86년 당시 송모 청주시 체육회 부회장의 추천으로 해체 직전의 청주시청 감독직을 맡게됐다.
당시 청주시청 팀이 감독·코치의 불화로 말썽이 일어 시에서 해체를 결정하자 시체육회 송 부회장이 파격적으로 김씨를 추천한 것이 고육지책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갑자기 핸드볼 감독으로 변신하게된 김씨는 『엉겁결에 감독직을 맡게됐으나 믿고 맡겨준 분들을 생각해서라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 때문에 잠도 제대로 오지 않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임명장을 받고 숙소로 가보니 선수는 8명(대개는 15명 내외) 뿐인데 그나마 4명이 부상이었어요. 당일로 은퇴선수 및 실력부족으로 실업팀 스카우트에서 밀려난 B급 선수들을 찾으러 다녔지요. 한 주일간 전국을 돌아다닌 끝에 선수는 대충 확보했지만 이제는 가르치는 것이 문제였다.
『제가 핸드볼을 안 했다고 코치도 업신여기는 기색이 보였고요. 작전이나 훈련을 시키려니 아는 게 있어야지요.』
그러나 일부 핸드볼인들의 적극 협조로 핸드볼 관련서적들을 구해 읽고 이들과 함께 비디오필름도 보면서 하나씩 깨우쳐 나갔다는 얘기다.
지난 88년에는 제1회 실업회장기 대회에서 우승도 했고 해마다 1개 대회에서 3위 이내에 입상할 정도로 전력도 안정되어 갔다.
이달 초 열린 서울컵 국제 여자실업 핸드볼대회에서 국내외 11개 팀 중 4위를 마크하는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꾸준한 성적으로 시민들에게 사랑 받는 팀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시청 팀의 여건상 예산이 절대 부족,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기 일쑤이며 도내 여고 팀이 1개뿐이어서 스카우트에도 애를 먹는다.
김 감독은 『2∼3년 안에 팀을 전국 정상에 올려놓겠다』며 부업(식당업)도 팽개친 채 휴일을 잊고 선수들과 씨름하고 있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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