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2곳 중 1곳 "3년 뒤엔 뭘 먹고 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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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A유화업체는 최근 신제품 설비투자를 계획했다가 포기했다. 이 회사 신규 사업팀장은 "우리를 포함한 매출 상위 3사의 시장점유율이 75%를 넘어 독과점 규제를 받다 보니 더 이상 해 봤자 득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B레저업체는 음식점 프랜차이즈 설비업을 검토했지만 투자 자금을 제대로 조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담보 부족 때문에 은행 돈 꾸기가 여의치 않았다.

절반 이상의 기업이 이런저런 이유로 향후 회사를 먹여 살릴 수종(樹種)사업을 발굴하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24일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350개 회원사를 상대로 미래 수익원을 확보했는지 설문 조사했더니 53.5%는 '아직 찾은 게 없다'거나 '향후 3년 정도까지만 먹고살 게 있다'고 응답했다.

응답 기업 중 '지속 성장을 위해 신규 사업이 절실하다'고 밝힌 기업(86.4%)이 '기존 사업으로 충분하다'는 곳(13.6%)의 여섯 배 이상 돼 신규 사업 추진의 필요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올해 신규 사업 추진계획이 있는 곳은 57%였고, 나머지는 그렇지 못했다.

사업성이 있어도 리스크가 큰 사업은 몸을 사리기 때문이다. '리스크가 작아야 추진한다'(62.2%)거나 '리스크가 있으면 포기한다'(19.3%)는 응답이 '사업성이 있으면 리스크가 크더라도 추진한다'는 응답(18.5%)의 네 배가 넘었다. 그러다 보니 안정적으로 신규 사업을 하려는 기업 열 곳 중 아홉은 동일 또는 유사 업종처럼 이미 경험을 쌓은 사업 분야를 선택하겠다고 했다.

기업들은 신규 사업 추진이 부진한 이유로 종목 발굴의 어려움(40.4%)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자금 조달의 어려움(22%) ▶각종 규제(16.3%) ▶내부 역량 부족(12.7%) ▶사내 모험 기피 성향(6%) 순이었다. 응답 업체들은 신규 사업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 과제로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 자율성 강화(31.5%) ▶신규 사업에 대한 시장 형성 촉진(28.3%) ▶투자 자금 조달 지원(28.0%) 등을 주문했다.

상의 이경상 정책조사팀장은 "현재 같은 투자 여건이 지속되면 우리 경제의 미래 성장동력에 큰 공백이 생길 것"이라며 "기업 투자 활성화에 전력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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