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아파트(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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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집트 나일강변의 피라미드는 기원전 3천년에 세워졌다. 지금으로부터 5천년전의 일이다. 그 시절에 이미 석회와 석고를 혼합한 시멘트가 있었다.
로마시내 한복판에 절반쯤 부서진 모양으로 남아 있는 콜로세움은 2천년전의 구조물이다. 규모도 웅장하지만 그 정교한 설계가 여간 아름답지 않다. 시멘트가 없었으면 감히 그런 설계는 꿈도 못꾸었을 것이다. 로마의 시멘트는 석회와 화산회를 섞어 만들었다.
그러나 이 시절의 시멘트는 모두 기경성으로 세월이 가면서 비,바람에 서서히 굳어져 오늘에 이르렀다.
물과 모래로 반죽하는 수경성 시멘트는 영국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1756년 에디스턴 등대를 건설할때 건축기사인 존 스미턴이 점토질을 가진 석회석을 구워 그 가루를 시멘트로 사용했다. 지금의 시멘트와 거의 같은 품질의 시멘트가 등장한 것은 1824년의 일이다. 영국의 벽돌기사인 J 아스프딘이라는 사람이 발명해 특허까지 냈다.
우리나라가 오늘 세계 최고의 시멘트 소비국이라는 사실은 새삼 주위를 돌아보게 한다. 온 나라가 위로만 솟구치고 있는 느낌이다. 지난 89년까지도 시멘트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는 대만이었다. 연간 국민1인당 7백48㎏을 쓰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올해 국민 1인당 시멘트 소비량은 1천㎏을 넘을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 이미 7백92㎏으로 세계 제1위였으며,금년엔 그 기록도 다시 깨게 되었다. 수십만 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서는 신도시가 여기 저기 건설되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런 엄청난 공사가 우리나라처럼 후다딱 이루어진 경우는 아마 세계 도시건설사상 없는 일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부실공사 얘기가 터져나오고 있다. 그것도 가장 기본적인 시멘트배합에 문제가 있었다니 보통 일이 아니다.
더욱 한심한 노릇은 그런 사실을 알아낸 것이 감독관청이 아니라 업자측이었다는 것이다. 감독관청은 그동안 먼산만 바라보고 있었다는 얘기다. 다른 구조물도 아니고 사람이 사는 다층건물이 부실이라는 사실은 무슨 핑계를 대도 용서받을 수 없다. 다행히 몇몇 건물은 부숴버렸지만 지금이라도 책임있는 전문기관에서 정밀검사를 해 후환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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