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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신공항' 건설을 검토한다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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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대통령이 지방을 순시할 때 지역 대표.지역 주민들이 미해결 문제나 숙원 사업을 해결해 달라고 요청할 수는 있다. 때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추진이 지연되는 사안일 때는 대통령의 결단이 좋은 해결 방법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부산지역 상공인들의 '동남권 신공항 건설' 요청과 전남 무안 군수의 '무안공항 활주로 확장' 요청에 대해 대통령이 검토를 지시한 것은 누가 봐도 잘못된 것이다.

현재 김해공항은 3700억원을 들여 확장 공사를 하고 있고, 무안공항은 광주공항 폐쇄와 관련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다 하루 예상 운항 편수도 2~3편에 불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방 공항의 적자 운영 실태에 대해서는 언론에 몇 차례 보도된 적이 있어 웬만한 국민도 잘 알고 있다. 국민은 지역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공약과 지역 이기주의, 무리한 사업 시행으로 얼마나 많은 세금이 낭비되고 있는지도 알고 있다.

대통령이 지방 공항의 실태를 모르고 그런 지시를 내렸다면 무지의 소치이자 직무유기라고 할 수밖에 없다. 잘 알고 있었다면 평소 대통령의 발언 스타일대로 왜 안 되는지 조목조목 이유를 대고 '노'라고 단호하게 그들을 설득했어야 했다.

노무현 정부 들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단어는 '혁신'이라는 말이 아닐까 한다. 혁신이란 낡은 관행을 깨뜨리고 불합리를 합리로, 부당함을 타당함으로 바꾸는 것이라 생각한다. 대통령의 지시라고 무조건 검토하고 시행할 것이 아니라 진정 이 정부의 '혁신적 공무원'이라면 전문가 그룹의 타당성 검토를 토대로 그 사업의 불합리성과 부당성을 하나하나 적어 보고해야 할 것이다.

이갑순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4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