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이쑥!] 특목고 가려면 '적성 궁합'도 맞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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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시 전문 교육기관 주최로 열린 특목고 입시 설명회에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몰려 강사의 설명을 들은 후 메모하고 있다. [사진=중앙포토]

#1. 김유선(17.가명)양은 중학교 때까지 공부 잘한다는 주변의 칭찬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데 동기부여가 됐다. 자연스럽게 주변으로부터 특목고 진학을 권유받았고, 별 거부감 없이 서울 A외고에 진학했다. 그러나 외고 진학 후 내신이 잘 나오지 않자 자기 자신에 대해 크게 실망했고, 끝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자퇴했다.

#2. 이진식( 17.가명)군은 장기 진로에 대한 별다른 설계가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상위권 성적대에 맞춰 경기도 B외고에 들어갔다. 그러나 2학년 진급을 앞두고 고민이 생겼다. 뒤늦게 공대 등 이과계열 학과에 적성이 더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학교에 이과계열 관련 과목이 일부 개설돼 있긴 하지만 인문계열을 준비하는 학생들에 비해 더 힘들게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에 적성에 맞는 길을 포기하고 인문계열이나 경영대 진학으로 선회할지, 아예 자퇴를 할지 갈등 중이다.

특목고 진학 열기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내신 불이익'이란 걸림돌에도 불구하고 입학 경쟁률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웬만한 부모라면 '우리 아이도 특목고 진학 준비를 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문제는 '특목고 진학이 능사는 아니다'라는 점이다. 주위의 권유나 경쟁심 때문에 맹목적으로 특목고에 진학했다가 적성에 맞지 않거나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겉돌거나 자퇴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

특목고를 선택하기 전에 먼저 '특목고 진학이 내 아이에게 적합한가'를 꼼꼼히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에듀플렉스교육연구소 이희영 특목고개발팀장과 와이즈멘토 조진표 대표의 도움말로 특목고 진학을 고려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사전에 고려해 봐야 할 사항들을 짚어본다.

장기 진로계획과의 일치성=특목고 수험생 중에는 장기적인 진로 설계 없이 막연히 준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단순히 영어성적이 더 좋으면 외국어고에, 수학.과학 성적이 더 우수하면 과학고에 가야겠다고 생각하는 정도다. 그러나 특목고 진학 결정은 자신의 장기적인 진로 설계가 갖춰진 상태에서 하는 게 바람직하다. 진로에 대한 설계를 토대로 특목고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중간 경로'라고 판단되면 그때 진학을 결심해야 한다. 일단 입학해 놓고 거기서부터 진로를 설계하려고 하면 적잖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희영 팀장은 "특목고 입시도 최소한의 계열이 정해지는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점에서 대입과 다를 바 없다"며 "유행을 따르거나 타인의 권유에 의한 것이 아닌 철저하게 나와의 적합성을 고려한 신중한 결정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진표 대표도 "특목고의 장단점을 파악한 뒤 장기적인 자신의 진로 목표 속에서 특목고 진학이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따져보고 진학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학 후 적응 가능성=특목고는 독특한 생활환경과 수업방식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적응 학생을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 특목고가 자신에게 적합한지에 대한 고려 없이 '우선 가고 보자'는 진학방식이 이를 더 부추긴다.

이 팀장은 "특목고 입학생이 맨 처음 경험하게 되는 시련으로 상대적 열등감과 학업 스트레스를 꼽을 수 있다"며 "성적과 경쟁 측면의 스트레스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학생의 경우 힘든 학교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목고 입학 전에 자신이 상대적 열등감을 느꼈을 경우 이를 발전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와 스트레스 조절 능력이 있는지를 고려해 봐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목고의 경우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사회성'도 특목고 적응을 위해 갖춰야 할 중요한 요소로 지적된다.

조 대표는 "특목고의 경쟁적인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므로 학습 능력뿐 아니라 개인적 성격, 생활습관 등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인성 측면이나 향후 진로에 있어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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