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품작에 흐르는 공통된 형식 "독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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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제14회 중앙미술대전을 보고…이경성-국립현대미술관장>
○…우리나라 현대미술의 재야적인 성격을 표방하고 나섰던 중앙미술대전이 어느덧 14회를 거듭하는 동안 한국현대미술도 꽤나 달라졌다.
l977년 시작되었던 중앙미술대전은 그 때까지 한세대를 지속해왔던 개념미술 또는 모노톤의 단조로운 세계에서 벗어나 l980년대 다양한 전개를 보이는 시대의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그것은 80년대 이후 미술대학을 나온 많은 젊은 미술가들이 그 때까지 자기의 미학을 억눌렀던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문자그대로 아름다움의 지각을 뚫고 외부로 분출하는 그런 식이었다.
거기에는 조형의 문법보다는 고정관념에서의 탈피와 무엇이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실험정신이 앞섰던 것이다. 중앙미술대전은 이러한 역사적인 시기에 탄생되었고 함께 흘러왔던 것이다.
그러기에 중앙미술대전에 나타난 모든 문제점은 바로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간에 한국현대미술에 있어서 80년대이후 신세대들의 고민이 서려있다.
이번 제14회전을 보고 첫번째 느낀 것은 어느덧 중앙미술대전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형식이 생겼다는 것과 또 하나는 출품된 작품의 수준이 평균적으로는 높아졌으나 뛰어난 개성의 작품이 적다는 것이다.
중앙미술대전에서만 볼 수 있은 하나의 독특한 형식이 생겼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좋은 의미로는 중앙미술대전이 창출해낸 특이한 예술형식을 의미하는 것이고 나쁜 의미로는 약삭빠른 젊은 작가들이 이 미전에 영합하기 위해 그런 스타일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 점은 비단 중앙미술대전의 경우뿐만 아니라 젊은 작가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인데 그들은 창조에 앞서 대담한 모방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한가지 전반적으로 평균수준은 높아졌지만 개성이 없어졌다는 것도 현대미술의 하나의 병폐로 나타난다. 그것은 현대의 교육제도나 예능교육이 획일적인 법칙에 의해 동찬·동형의 작가를 대량 생산해내는 결과다.
그러나 원래 예술은 질의세계이기 때문에 옛날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미래에 걸쳐서도 그 많은 사람들이 다 훌륭한 예술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가렴 19세기 한국미술을 생각 할 때 급한 대로 10명의 뛰어난 작가를 들라고 하면 여간 전문가가 아니면 이름을 대는데 주저할 것이다. 그만큼 예술은 양보다는 질의 세계다.
이번 수상자들의 작품도 앞서 지적한 문제들을 안고 있지만 나름대로 미학적 근거가 있다고 본다.
예술의 평가는 역시 긴 안목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에 중앙미술대전도 이제부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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