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슈] 중국, 달러 창고 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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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중국 정부가 그동안 고심해 왔던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원자재 확보와 금융 개혁 등에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해외 투자 회사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말 현재 1조663억 달러에 달한다.

◆ 원자재 확보에 적극 투자=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 중국 정부가 2000억~3000억 달러를 들여 싱가포르의 국영 투자회사인 테마섹 홀딩스와 유사한'국가외환투자공사(가칭)'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탠다드 차타드 상하이지점의 스티븐 그린 이코노미스트는 "외환투자공사가 설립되면 세계 최대 규모의 기관투자가 중 하나로 등장하게 될 것"이라며 "이 회사는 외국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은 물론 원유 등 원자재 확보에도 나서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투자 회사가 해외 채권 등 수익성이 낮은 투자보다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에 주력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FT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외환보유액 중 600억 달러를 경영난을 겪고 있는 농업은행 등 금융사들의 개혁에 사용할 계획이다. 지난주 중국 정부는 농업은행의 부실 채권을 줄여 상장시키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부실화된 중국수출입은행과 중국재보험공사의 구조조정에 투자될 것으로 예상된다. FT는 해외 신기술 확보에도 상당 부분 투입되며 빈부 격차 해소와 농촌 지원 등 사회 복지 분야에도 사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위안화 절상 효과도=국제 금융.상품 시장은 그동안 1조 달러에 달하는 중국의 외환보유액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자금 규모가 큰 만큼 돈이 풀린다면 그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22일자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중국 당국이 외환보유액을 다양한 부문에 투자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달러 자산을 대규모로 한꺼번에 팔지는 않을 것"이라며 "매각 규모는 무역수지 불균형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는 범위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앞서 중국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19~20일 열린 제3차 전국금융공작회의에서 "외환보유액의 운용.관리를 강화해 국제수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점진적으로 환율 시스템을 개선하고 외화의 다양한 활용 방안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중국의 무역흑자는 1774억 달러로 전년에 비해 74% 증가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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