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개방의 충격에 대비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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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증권시장 개방이 초읽기에 들어간 느낌이다. 정부는 내년 1월로 다가온 자본시장 개방에 대비,초기단계의 개방규모,개방에 대비한 제도개선방안 등을 14일의 금융산업발전심의회에 제시,의견을 들어 7월중에 최종 개방계획을 발표하리라 한다.
자본시장의 개방은 실물경제의 국제화 추세와 우리 경제규모의 확대,외부로부터의 개방압력 등으로 불가피한 일이 되었으며 개방에 따른 자본조달의 국제화,증권산업의 경쟁력 배양,국제금융시장의 진출여건의 조성 등 긍정적 효과도 적지 않다.
그러나 동시에 외국자본의 유입에 따른 통화증발과 물가상승,원화절상압력 등 국내경제에 적지 않은 교란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며 우리 증권시장 여건으로 미루어 핫머니의 유입에 의한 국내 증시의 투기장화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증시개방은 온실 속에서 자란 화초를 처음으로 밖에 내 놓는다는 기분으로 매사를 조심스럽게 단계적으로 추진하여 만의 하나라도 애써 키워온 우리 자본시장이 거센 태풍에 휘말려 황폐화 되거나 심한 타격을 입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조심성이 지나쳐 국제사회에서 시대의 흐름을 모른다는 지탄을 받고 서둘러 다시 제도를 바꾸는 어리석음도 피해야 할 것이다.
증권시장 개방을 위한 준비작업이 어려운 것은 국제화의 물결을 무리없이 타되 국내적 요인을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같은 관점에서 이번 정부가 내놓은 개방계획안을 볼 때 우리는 적지 않은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증시개방을 금융시장 개방과 따로 떼어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증시개방은 물론 외국인에게 국내 주식매입을 허용하는 것을 1차적 내용으로 담고 있다. 따라서 외국자본이 국내로 들어와 주식을 사고 팔고 원리금을 다시 가지고 나가는 과정을 외환계정으로 철저히 관리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는 것이 정부의 생각인듯 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외국자본이 들락날락하는 과정이 그렇게 단순할 수는 없으며 여러 형태의 해외송출금,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금융기관,보험회사,일반기업체 등의 투자수요 등과 어우러져 복잡한 양상을 띨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같은 국내외의 자본거래는 필연적으로 국내 금융시장·외환시장의 자유화 문제와 도처에서 마찰 갈등을 빚거나 허점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정부는 첫단계의 개방폭을 총발행주식의 10%정도 허용하겠다고 밝히고 있고 그것은 최대한 6조5천억원 정도의 해외자금 유입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 정도의 막대한 자금의 신규 유입의 유통경로와 국내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대비책이 준비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증권시장 개방문제는 금융시장·외환시장까지를 포함하는 종합적 대응이라는 자세에서 접근해야 하며 사태를 너무 안일하게 보는 것은 금물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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