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北·美 불가침조약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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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14일 방한 중인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오찬을 함께하며 북핵.이라크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라크 파병과 관련, 클린턴 전 대통령은 "한국의 파병은 부시 행정부로서는 매우 고마운 일"이라며 "후세인 잔당 및 일부 종교적 광신도의 테러로 1백% 안전이 보장되는 상황이 아닌 만큼 안전 확보를 위한 만반의 대비를 하라"고 조언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 盧대통령은 "정보를 종합해 볼 때 북한도 평화적 해결을 희망하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문제, 국내적으로는 감세(減稅)문제로 북핵 문제 관심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며 "귀국하면 북핵 문제 조기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골프로 화제를 옮겨 클린턴 전 대통령이 "요즘 회고록을 쓰느라 거리가 잘 안나간다"고 하자 盧대통령은 "드라이버가 맨 처음 1백60m 나가다 요즘은 2백m 정도고 실수하면 2백40m도 나간다"고 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어 SBS창사 기념 초청강연에서 "미국은 남을 먼저 침범하는 나라가 아니므로 북한에 불가침 협정을 약속해 줘도 잃을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계속 미사일을 제조.판매하면 용납할 수 없다는 메세지와 함께 평화공존과 상호존중을 원한다는 신호를 북한에 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날 '김대중 도서관'을 찾아 金전대통령과 환담도 나눴다. 그는 "군사적 힘에 의존하는 일방주의적 접근에 반대한다"고 했다. 金전대통령은 "한국의 반미는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바라는 한국민의 의사에 정당한 관심을 갖기를 바라는 데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최훈 기자

사진=신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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