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하는 의원인가(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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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금 우리가 뽑으려는 광역의회 의원들은 뭣하는 사람들인가. 30년만에 다시 시작하는 지방자치제는 당장 의원들의 권능이 뭔지 생소하기만 하다. 유권자들중엔 영문도 모르고 투표소로 가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긴 의원후보들중엔 자신의 역할이 뭔지도 모르고 열변을 토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이 땅에 기필코 민주주의의 뿌리를 내리게 하고야 말겠습니다』는 기염은 말은 그럴듯해도 법률 제정권이 없는 광역의회 의원이 할일은 아니다. 구름잡는 얘기일 뿐이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방의회의 의결사항은 10몇가지가 있다. 그중 중요한 몇가지는 조례의 규정과 개폐,예산의 심의확정,결산의 승인,각종 주민부담에 관한 사항,이를테면 사용료,수수료,분담금,지방세 또는 가입금 등을 정하는 일이다. 주민 청원의 수리와 처리등도 지방의회가 할일이다.
또하나 중요한 사실은 행정사무를 감사하고,조사권을 발동하는 일이다.
앞서의 조례란 헌법이 보장하는 범위안에서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에 속한 사무에 관한 규정을 말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라는 것도 담뱃대 물고 사무보던 시절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주민의 복지증진 문제만해도 노인,아동,장애자의 보호와 복지에서부터 전염병 관리,오물수거등 일거리가 첩첩산이다. 산업진흥사무,생활환경 사무,교육 체육 문화 예술진흥 사무등은 우선 양만이 아니고 질적으로 전문적인 지식과 고도의 판단력,그리고 명석함이 요구되는 일이다.
비록 시골 관청이라 해도 그속엔 산업사회의 복잡다양한 흐름이 포함되어 있고,실질적으로 도시의 사무와 별 차이가 없다. 시골뜨기나 촌사람의 일이 결코 아니다. 서울의 행정 또한 중앙정부의 그것과 다른 것이 없다. 지방행정관서의 관리들도 옛날의 그 사라믈이 아니다.
이쯤되면 광역의회 의원은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할지 짐작이 간다. 적어도 전문적인 지식을 수용하거나 거기에 접근할 수 있는 기본 자질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
평소 뒷짐이나 지고 어슬렁거리며 동네에서 고스톱이나 치고 소일하던 사람,부동산 투기에나 눈이 벌개있는 사람,유흥사업으로 눈먼 돈번 사람,세상 물정도 모르는 애송이로 유세장에서 남이 써준 원고나 읽는 사람은 곤란하다. 유권자가 눈여겨 보아두어야할 사람은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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