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5명 중 1명 "부자 아빠 원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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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들은 어떤 아빠를 좋은 아빠로 생각하고 있을까. 한국청소년개발원이 지난해 12월 내놓은 '청소년 문제행동 종합대책' 보고서에 의하면 고교생 5명 중 1명은 관심이나 애정,가족간 대화보다는 경제적 여유가 절실하다고 답했다. 강남 일대에서는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아이들이 주상복합파와 우등생파, 해외파와 K마을 비닐하우스파 등으로 구분지어져 사실상의 계층화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쿠키뉴스가 20일 전했다.

조사결과 서울시내 실업계 고교생의 28.0%는 부모에게 가장 원하는 것으로 '경제적 여유'를 꼽았다. 인문계 고교에서도 '신뢰와 이해심'(42.1%)에 이어 경제력(18.6%)이라는 답변이 두 번째로 많았다.

반면 중학생들은 경제력(12.1%)보다 신뢰(32.9%),관심(16.9%),부모 화목(12.7%)을 요구했다. 조사를 담당한 김은경 연구위원은 "한 차례 사회적 성취의 좌절을 맛본 실업계와 대입을 앞둔 일반계 고교생들이 자신의 처지를 가정의 경제력과 연관지어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고 분석했다.

부모의 경제력이 학생의 지위에 미치는 영향은 서울 강남일수록 강했다. 대한민국 부유층 1번지로 떠오른 지역의 서울 D중학교는 초고층 주상복합파와 우등생파, 해외파와 K마을 비닐하우스파 등으로 구분지어졌다.

그러나 학생과 학부모의 불만은 많았다. D중 김모(15)군은 "생각 자체가 다르고 뭘 먹을까부터 차이가 나서 자연스럽게 나뉜다"며 "공원 같은 데서 패거리끼리 싸움이 일어나곤 한다"고 말했다. 아들이 인근 H중학교에 다니는 주부 최모(50)씨는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이 속속 들어서면서 그곳 출신 아이가 아니면 반장되기가 힘들 정도"라면서 "사교육에서 막강 위력을 보이고 해외 연수도 자유자재이니 소외된 아이가 한숨을 내쉬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참교육운동을 벌이고 있는 서울 대신고 김영삼 교사는 "'꼴찌부터 일등까지 우리반을 찾습니다'라는 1990년 영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에는 학교내 아이들의 서열이 성적순이었으나 2000년대 중반 이후 부모의 경제적 지위가 첫 번째 요건이 됐다"고 전했다. 국제화 교육이 강조되다 보니 해외여행을 다녀온 급우가 선망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고,성적은 현재의 지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학생들의 인식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김 교사는 "해외와 국내를 놓고 골라가는 선택형 수학여행제 등의 어처구니 없는 조치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교육의 공공성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디지털뉴스 [dig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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