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음악인 금수현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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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애창가곡『그네』를 작곡한 원로음악인 낙초 금수현씨(72)가 민족의 영웅 장보고를 소재로 한 그랜드오페라 대본과 작곡을 7년만에 완성, 5백91페이지짜리 총보를 펴냈다.
-대작 오페라『장보고』를 쓰게된 계기는.
『지난 78년 독일 바이로이트에서 열린 바그너 음악제에 초청됐을 때 바그너의 오페라들이 공연되는 것을 보며 민족적 오페라를 꼭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1천여 년 전 해상을 누비며 동양3국과 무역을 열었던「바다의 왕」장보고 장군이 그 주인공으로 적당하다고 생각돼 진단 학회가 펴낸 『한국사』다섯권과『삼국사기』『신당서』『동사강목』『동국통감』등 역사책들을 탐독하고 장보고의 해상활동근거지 청해진(현재의 전남완도)을 현지 답사하는 등 역사적 자료들을 바탕 삼아 대본을 썼다. 장보고란 인물이 애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한결 위대하다는 사실도 알게됐는데 이 오페라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우리 역사상 이순신 장군 못지 않은 영웅이 또 한 분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됐으면 좋겠다.』
-이처럼 방대한 작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아무리 자료를 뒤져봐도 주인공이 될 장보고의 딸 이름을 알아낼 수 없었다. 결국 완도군청의 해묵은 자료들을 일일이 들춰낸 끝에 난, 난화, 나나 등 세 가지로 불렸던 것을 알아냈는데 이 작품에서는 「나나」로 썼다. 처음에는 장보고란 인물이 누군지조차 모르던 이 지방 사람들이 그 자료수집 과정에서 자극방아 장보고의 유적지를 찾아내 복원하게 된 것도 뜻하지 않은 수확이다.』
-이 오페라의 음악적 특징은.
『작품의 배경이 9세기초이고 보니 1천여 년 전 당시의 음악은 상상할 수조차 없어 신비감을 살리는데 초점을 맞췄다. 파도소리로 시작되는 서곡을 막을 내려놓지 않고 무대를 다 드러낸 채 연주하는 것도 여느 오페라와 다른 점이다. 장보고가 칼에 찔려 죽으면서 부르는「별의 노래」를 비롯한 아리아라든가 병사 및 마을사람들의 합창, 나나가 춤출 때 연주되는 춤곡 등이 그랜드오페라의 요소를 모두 충족시키고 있으므로 노래 못지 않게 춤 솜씨도 빼어난 소프라노를 프리마돈나로 뽑고 항구에 배가 들어오는 장면 등의 무대처리만 제대로 할 수 있다면 세계무대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오페라가 되리라고 믿는다.』금씨는 86년에 이 대본을 완성해놓고도 직접 원고를 써가며 음악전문지『월간음악』을 발행하느라 작곡에만 몰두할 수 없어 매년 진해부근의 안골 음악촌에서 보내는 여름 한철에 곡을 썼다.『걷기가 불편할 정도로 좋지 않은 건강이지만 오페라로는 첫작품인 만큼 필생의 작업이라는 신념으로 그 좋아하는 술도 끊고 열심히 작곡했다』면서 앞으로도 좋은 대본만 있으면 민족적인 창작오페라들을 더 작곡하고 싶다는 의욕을 보였다.
한편 약 l백명의 성악가(합창단포함)와 3관 편성의 오케스트라가 약2시간30분 동안 공연하게될 이 3막 오페라는 92년 서울 오페라단에 의해 초연될 예정.<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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