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본받을 것 없는 부도덕한 생물”/미 연구소 보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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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000년의 일본」/“세계지배획책”… 양국 감정싸움 비화조짐
일본이 막강한 경제력과 교묘한 선전술을 이용,세계지배를 획책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한 비밀보고서가 최근 미국언론에 공개돼 논란이 되고 있다.
문제의 보고서는 일본기업들로부터 상당한 재정적 지원을 받고있는 뉴욕주소재 로체스터 기술연구소(RIT)가 미 중앙정보국(CIA)을 위해 마련한 「2000년의 일본」.
이 보고서는 『일본의 근간을 이루는 계층은 나이값도 못하고 부도덕하며 뒷전에서 음모를 꾸미는가하면 문화를 조작·통제하려드는 그야말로 하나도 본받을 게 없는 생물들』이라고까지 극단적 용어들로 일본인들을 혹평,미일간의 감정싸움으로 번질 소지를 안고있다.
더구나 이 보고서가 최근 점증하는 일본의 영향력과 경쟁적 우위를 우려한 나머지 미학계 및 언론계에서도 대일비난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RIT는 이 보고서에서 일본이 자신의 막강한 경제력을 십분 이용,전세계에 일본의 문화와 가치를 강요하려 드는가 하면 일본내에서 그릇된 정보를 의도적으로 유포,미국인들을 대일본 비난자들로 비치게 하거나 미국이 일본의 문화를 바꾸려하고 있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미일간의 감정적 대립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RIT관계자들은 이 보고서가 『연구소내부의 의견 수렴용으로 배포된 초안이 언론쪽에 잘못 흘러들어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RIT의 홍보담당 부소장인 잭 스미스는 『보고서 초안의 어조나 용어,주석부분 등은 마지막 손질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일본과 일본문화,그리고 RIT를 지원하는 많은 일본기업들에 대한 RIT의 입장과 분위기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 보고서의 원래 취지는 일본기업들이 매우 경쟁력이 있으며 우리도 하나의 국가로서 이와 동등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CIA가 전략기획연구의 일환으로 RIT에 연구를 의뢰한 「2000년의 일본」보고서 초안은 로즈소장의 고위 보좌관인 앤드루 더허티가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주미일본대사관측은 신중한 입장을 견지,최종보고서를 보기전까지는 아무런 논평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워싱턴 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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