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장 분위기 어느 때보다 좋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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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손에 잡히는 결과를 얻기 위해 (북.미가) 바탕 작업을 하고 있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17일 오전 내.외신 기자 브리핑에서 밝은 표정으로 한 말이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16일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북.미 회담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였다. 송 장관의 발언 속에는 양측의 물밑 접촉이 6자회담 재개와 북핵 해결의 돌파구가 되기를 바라는 기대가 녹아 있었다.

외교부 안팎에서도 이번 북.미 회동이 북핵 해결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낙관적인 견해들을 내놓는다. 북측이 회담 성사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데다 회담 장소가 베를린이기 때문이다. 북.미는 1990년대 후반 경수로.미사일 관련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 베를린에서 접촉해 돌파구를 찾곤 했다.

송 장관은 "5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할 때 이번 회동을 염두에 두고 (북핵 문제를) 협의했다"고 밝혔다. 북.미 간의 실질적인 접촉이 이달 초 이전부터 진행돼 왔음을 시사하는 말이다.

송 장관은 또 "지난달 6자회담 당시에는 북한 대표단이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려웠겠지만 이번에는 본국에서 협의한 결과를 가지고 나왔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당시 미국은 북한에 영변 핵시설 가동 중단 등 비핵화의 초기 조치를 받아들이면 에너지 지원과 북.미 관계 정상화 등을 협의하기 시작하겠다고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미 회담의 구체적 내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회담장의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좋은 것으로 전해졌다"고 말했다. 잘하면 차기 6자회담 개최 날짜와 마카오 BDA 동결 계좌 해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실무협상 일정 등이 이번 회담에서 합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북.미는 지난달 6자회담 뒤 뉴욕 채널을 통해 여러 차례 접촉했으며, 일부 사안에 대해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안다"며 "미국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 지금이 협상의 적기라는 점을 북한이 아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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