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프로야구 농사'에 농민단체 역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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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해 프로야구단 운영에 나서려는 농협중앙회(농협)가 암초를 만났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이하 한농연)는 16일 성명을 내고 "우리 농업 보호의 역할에 충실해야 할 농협중앙회가 농촌 현실은 도외시한 채 부실 프로야구단 인수를 가시화하겠다는 방침을 한농연과 350만 농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야구단 인수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도 '누구를 위한 프로야구단 인수인가, 차라리 농협 간판을 내려라'는 성명을 냈다.

그러나 농협 기획실 손병환 팀장은 "농민단체가 반대의견을 낸 것은 프로야구단 운영을 비용으로만 인식하고 홍보효과를 생각하지 않은 결과"라며 "의사결정권자들이 충분히 그런 의견들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구체적인 인수안이 마련되면 비용 이상의 광고효과 창출이라는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켜 농민 단체들을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협은 16일 오후 구단 인수를 책임진 실무진이 서울의 홈구장 후보지로 떠오른 목동야구장의 시설 상태를 점검하는 등 인수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하일성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은 이날 "당장 시급한 일은 현대의 전지훈련 문제 해결이다. 19일부터 미국 플로리다에서 시작할 스프링캠프의 비용 등 구단 운영비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이른 시일 내에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또 "현대 문제는 의외로 심각하다. 농협의 인수가 좌절되면 올 시즌은 7개 구단으로 가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현대는 지난해부터 구단매각을 준비했다. 지난 시즌 도중 정몽윤(현대해상) 구단주가 KBO 고위층을 만나 운영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고, 지난해 말에는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빨리 구단을 넘겨 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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