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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불안 지나친 부모 기대 탓|서울 YWCA서 학부모 대상으로 공개강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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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5∼6월은 입시를 앞둔 수험생 가운데 「시험불안」을 겪는 이들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는 시기. 즈음하여 바른 교육운동을 펼치고 있는 서울YWCA는 28일 오후 이사실에서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시험불안에 대한 공개강의를 마련했다.
시험을 전후해서 「머리가 아프다」 「가슴이 답답하고 소화가 잘 안된다」 「배가 아프다」하는 것 등은 시험불안증세들. 심한 이들에게는 식욕이나 의욕이 사라지고 정신집중이 잘 안되며, 손톱을 물어뜯거나 머리를 잡아당기기도 하고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는 경우도 발생한다.
H군(20·S대 경제학과 1년)도 시험불안증을 겪은 케이스. 고3 5월에 들어서면서 늘상 배가 아프고 소화가 안되기 시작, 급기야 국교시절부터 곧잘 먹어왔던 우유를 먹기만 하면 배탈이 나는 곤욕을 치렀다. H군은 재수하여 대학에 들어갔으나 지금도 우유를 먹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김문주 박사(이대 교육심리학강사)는 이날 공개강의를 통해 『시험불안은 입시를 앞둔 수험생뿐 아니라 국교 저학년에서부터 대학생, 심지어는 취직이나 승진시험을 앞둔 성인들에게서도 나타난다』고 말하고 『증세가 가벼울 때는 일시적으로 소화제나 두통약을 복용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으나 심할 경우 만성적으로 나타나 전문가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런 증세는 대부분 ▲시험결과에 대한 실패가능성 ▲어떤 문제가 출제될지 몰라 갖게 되는 막연한 불안 ▲남들과의 비교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 저하 ▲과제와 관련 없는 부적절한 생각 등에 의해 나타난다는 것.
따라서 시험불안증은 자신이 없는 과목이나 시험준비가 부족한 경우 더욱 심하게 나타나며 시간적으로는 시험이 막 시작될 때 높게 나타났다가 시험이 계속되는 동안 이에 집중하게 되면서 점차 줄어든다.
그러나 시험문제가 예상외로 어렵다고 느껴지면 다시 불안감이 높아지며, 특히 시험이 끝나기 직전 다시 높아지는데 이는 일단 시험지를 내고 나면 다시는 수정하거나 무를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인 것으로 김 박사는 풀이했다.
그는 『시험불안이 높으면 시험준비 때나 시험 치르는 동안 정신집중이 잘 안되고, 생각이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으로 돼 융통성 있는 사고를 막아 공부에 제한을 줌으로써 학업성적이 나빠진다』고 한다.
실제로 서울시내 국민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한 최근 연구에서 국어·산수·사회·자연 등 전과목에서 불안이 높을수록 점수가 낮아 불안이 높은 집단과 낮은 집단간에 과목당 평균 7∼8점의 차이를 보였음을 예로 들었다.
이 같은 시험불안의 근본원인은 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과잉기대 탓이라는게 김 박사의 결론. 그는 우리 나라 학생들의 시험불안도 진단을 위한 도구개발과정에서 학생면담을 한 결과 우리 나라 학생들은 구미 학생들과는 달리 시험결과를 부모·교사·친구·학교분위기·사회적 인식과 관련지어 생각하고 있으며, 특히 부모에 대한 보답·책임감·죄의식이 우선시되고 있으며 부모의 태도가 성취지향적이라고 여기는 학생들이 수용적이라고 여기는 학생보다 시험불안이 높았음을 증거로 제시했다.
그는 ▲불안초조형일 때는 긴장을 줄여줄 것 ▲고허혈일 때는 자신에 맞는 진로를 결정하고 삶의 의욕을 높여줄 것 ▲탈진형에는 푹 쉬게하고 단계적 계획을 세울 것 ▲절망형은 자녀의 장점을 찾아줄 것 ▲권태형에는 신선한 자극과 생활의 변화를 줄 것 등을 조언한다.
한편 『부모들은 지나친 기대와 요구를 하지 말고 비교대상을 선정하는데도 신중히 할 것』을 당부했다.
서울 YWCA는 6월1일 오후 3∼5시 김문주 박사의 개별상담을 실시키로 하는 한편 7월20일부터 2박3일간 강화에서 시험불안캠프도 열기로 했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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