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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대통령 국외탈출/멩기스투 14년 독재 종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키단중장 대행/반군의 군사적압력에 굴복
【아디스아바바 로이터·AP=연합】 지난 77년 정권장악이후 14년간 철권통치를 자행해온 멩기스투 하일레 마리암 에티오피아 대통령이 21일 반군들의 줄기찬 군사적 압력에 굴복,대통령직을 사임한뒤 국외로 탈출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멩기스투대통령이 내전으로 인한 더이상의 유혈사태를 막기위해 대통령직을 사임했다고 말하고 반군과의 즉각적 휴전을 촉구하는 한편 모든 반정부 세력들이 포함되는 과도정부의 수립을 구상중이라고 발표했다.
그의 돌연한 국외탈출은 최근 수개월동안 대정부 공세를 강화해온 반군세력들이 북부 2개주를 장악한데 이어 나머지 3개주의 대부분도 장악,수도를 압박해 들어오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양측은 오는 27일부터 런던에서 미국의 지원으로 평화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국영 라디오방송도 정오뉴스를 통해 멩기스투 대통령이 이날 아침 「여러 단체들의 요구에 따라」대통령직을 사임한 뒤 출국했다고 전하면서 헌법규정에 따라 부통령 겸 군최고사령관인 테스파예 게브레­키단 중장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고 보도했다.
그의 갑작스런 출국사실이 알려지자 에티오피아 국민들은 물론 미국과 영국등 서방국가들도 멩기스투 대통령의 사임이 정부군과 반군간의 내전을 종식할 수 있는 길을 튼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그러나 에티오피아 인민혁명민주전선(EPRDF)과 에리트리아 인민해방전선(EPLF)등 양대 반군단체들은 멩기스투 대통령의 사임·출국에도 불구하고 에티오피아 지도부의 정책이 변화했다는 명백한 증거들이 나타나지 않는 한 정부군과의 전투를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멩기스투는 나이로비를 거쳐 짐바브웨에 도착했는데 아디스아바바 소식통들과 외교관들은 멩기스투 대통령이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과 절친한 관계이고 지난달 반군들의 수도공세때 가족들을 짐바브웨로 탈출시킨 바 있으며 현지에 농장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짐바브웨로 망명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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