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북한에 “경화결제” 통보/93년부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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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달러 위주로/10억불 추가부담… 외화난 가중
【동경=방인철특파원】 중국은 지금까지 물물교환방식으로 해오던 북한과의 무역거래결제방식을 내년부터 달러를 위주로한 외화결제방식으로 바꾸기로 결정,이를 최근 북한측에 통고했다고 일 요미우리(독매)신문이 일본 정부소식통을 인용,16일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이와 관련,최근 방일한 중국의 리란칭(이남청) 대외경제무역부장이 나카야마(중산태랑)외상과의 회담에서 이를 확인했으며 리펑(이붕)총리와 함께 지난 3∼6일 북한을 방문했을때 북한측에 이 방침을 최종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이 북한에 경화결제방식을 적용하면 현재 양국간 교역으로 보아 10억달러의 추가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대해 소련도 내년 1월부터 달러결제를 하기로 해 중국이 이 조치를 취하게 되면 북한의 외화난은 더욱 심각해져 북한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가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과 북한의 무역은 지금까지 바터거래(물물교환)방식으로 이루어졌지만 이번 조치로 달러등 경화(교환가능통화)에 의한 국제가격으로 결제가 이뤄지게 됐다.
◎국제가 절반으로 사던 중국석유/물물교환 아닌 외화로 제값 줘야(해설)
중국이 내년부터 대북 무역거래를 경화결제방식으로 바꾸어 주도록 북한에 통보했다는 외신보도는 북한의 마지막 이웃인 중국이 북한에 대해 「더이상 무조건적 경제원조만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돼 가뜩이나 어려운 북한 형편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이 협정이 적용될 경우 북한이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이냐는 점이다.
88년 중국의 대북 수출주종품목은 코크스·석유·석유제품등으로 북한이 구상무역형태로 수출하는 1차광물원료·어패류등 보다 부가가치가상대적으로 높다.
따라서 북한이 중국의 제품을 국제가격 경화로 구입할 때 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북한의 1차광물 국제시세가 점차 하락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타격은 석유부문에서 발생한다.
89년 북한의 중국산 원유도입은 1천14만배럴,적용된 가격은 국제시세(배럴당 20달러기준)의 절반수준이다.
협정이 발효돼 중국산 원유를 국제시세로 도입할 경우 추가발생비용은 10억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89년 북한의 대외 수출이 19억달러였음을 고려하면 이 협정은 북한경제에 치명타를 가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미 소련이 지난해부터 경화결제방식을 요구,내년부터는 이것이 적용되게 됐고 중국도 내년에 협정체결등 준비를 거쳐 늦어도 93년 1월부터는 실시될 것이라는 전망이어서 북한은 극심한 외화난에 빠지게 되어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현실적으로 개방·개혁의 가속화라는 방향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이럴경우 대일·대미 관계개선 및 남북관계 개선을 향한 북한의 걸음이 더욱 빨라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소련에 이은 중국의 대북 교역 경화결제방침 통보는 북한에 개방을 강요한 것으로 앞으로 북한의 선택이 주목된다.<안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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