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기업합병·매수) 국내도입"걸음마"|양호철<동서증권전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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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낮설게만 느껴지던 M&A(기업합병·매수) 란 용어가 우리주변에도 자주 등장하고 있는 요즘이다.
2개이상의 기업이 합치거나, 한 기업이 다른 회사를 사들이는 M&A는 80년대 미국에서 전성기를 누렸다. 캐나다·영국·호주 등에서도 활기를 띠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서는 활동무대가 프랑스·독일·동구권 등으로 옮겨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정부가 증권사에 M&A업무를 정식 인가함으로써 걸음마단계에 들어섰다.
M&A는 기업 스스로가 공장을 신설하거나 자회사를 설립하기보다는 다른 회사의 주식을 사들여 지배주주가 되는 것이 비용 면에서 더 저렴하다고 판단될 때 이루어진다.
이와 함께 선진국의 예에서 보듯 대그룹이 비주력 부문의 매각과 주력분야의 확장이라는 기업구조의 재편수단으로 활용함으로써 최근 정부주도하에 이루어지고 있는「재벌그룹 주력업체선정」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M&A는 한 나라안에서 성사되는 경우도 많지만 경제의 국제화추세에 따라 최근엔 해외진출 때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국내기업의 경우 해외진출 때 기술 및 판매망확보, 현지고객과의 마찰해소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 이때 M&A는 안성맞춤이다.
지난3월 금성사가 미국의 제니스사를 인수한 것이 좋은 예가 된다. 금성사는 제니스사의 주식 5%를 시세보다 3달러 높은 주당 10달러로 사들임으로써 제니스사가 보유하고 있는 완전평면브라운관 제조기술을 공유하게 됐다.
첨단기술이전을 꺼리는 냉엄한 국제경제환경에서 M&A를 통해 이같은 난관을 극복한 것이다.
국내기업간 M&A사례로는 지난2월 벽산그룹의 통조림업체(주)펭귄이 진로그룹으로 넘어간 것을 꼽을 수 있다. 건설 및 건자재 주력기업인 벽산은 식품계열사를 꾸려 가는 것이 적당치 않다고 판단, 종합식품업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진로에 주식을 판 것이다.
공격적인 M&A는 경영권장악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도 갖고있지만 앞에서 든 사례와 같이 활용될 때는 경제의 효율성증대에 일조 할 수 있는 새로운 금융기법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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