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카라과에 수십억 달러 지원…차베스, 중남미 좌파 확산 박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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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중남미권 좌파 세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7년 만에 좌파 정권이 다시 들어서는 니카라과에 대한 대규모 경제.사회 지원 계획을 발표하며 미국과의 힘겨루기 의지를 재확인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베네수엘라가 니카라과를 대규모로 지원키로 했다며 "이 때문에 중남미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야심이 멍들게 됐다"고 8일자에서 평가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차베스 대통령은 10일 제3기 취임식을 열 예정이며 다니엘 오르테가(71) 니카라과 대통령도 같은 날 취임한다.

차베스 대통령은 정부 출범식을 마치자마자 니카라과를 방문해 오르테가 대통령의 취임을 직접 축하할 예정이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1985년 니카라과에 혁명정권을 수립했던 좌파 게릴라 집단인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의 지도자로,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17년 만에 재기했다.

베네수엘라의 대니카라과 지원 규모는 앞으로 수십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미겔 고메스 니카라과 주재 베네수엘라 대사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니카라과 지원을 통해 중남미 국가의 연대와 협력의 표본을 보여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원은 농기계에서부터 자원 관련 인프라, 집 짓기 프로젝트, 보건과 교육 프로그램 등 전 영역에 걸쳐 이뤄진다. 베네수엘라는 특히 최대 자원인 석유와 천연가스를 연이율 1%에 25년 분할상환이란 특혜 조건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그간 베네수엘라에 진 빚 3000만 달러는 탕감해 주기로 했다. 농기계류, 가스 난로 등 다양한 품목이 보조금 혜택과 함께 니카라과 농민들과 일반 가정에 공급된다.

FT는 "지원에는 니카라과의 대서양-태평양 해안을 연결하는 송유관 건설 계획도 포함돼 있다"며 "이 송유관이 건설될 경우 베네수엘라의 대아시아 원유 수출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베네수엘라 원유 의존도가 높은 미국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베네수엘라는 니카라과에 연료 저장 시설과 함께 정유공장 건설도 검토하고 있다고 FT는 덧붙였다. 미국은 일찍이 오르테가가 대통령에 당선하면 차베스와 함께 중남미 좌파 전선을 이끌 것을 우려해 왔다. 오르테가는 20여 년에 걸쳐 미국에 '눈엣가시'였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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