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컵 보관장소에 모두 관심-유상철<체육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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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남북단일 코리아여자 팀이 단체전에서 우승, 코르비용 컵을 품에 안자 그 보관의 향방에 비상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외신기자들의 우정(?)어린 충고다.
46년이란 반세기 가까운 짧지 않은 분단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남북한에 외신기자들의 이 같은 코멘트는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서울에서 1년, 평양에서 1년, 아니면 이동의 번거로움 없이 분단의 아픔이 새겨있는 판문점에 보관, 평화의 상징으로 쓰는 것이 어떠냐는 유도성 질문을 코리아선수단의 박도천 공보는 하루 수십 번씩 받는 곤욕을 치른다.
다음 대회 개최연도인 93년까지 컵을 보관해야하는 코리아 팀으로선 응당 우승의 기쁨과 함께 주어진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경기도 마치기 전에 이 같은 질문은 은연중 남북한의 다툼을 기대하는 뉘앙스로 들리는 등 어딘가 개운치 않은 뒷맛이 남겨짐을 떨쳐버릴 수 없다.
평양이 먼저 보관하면 어떻고 서울이 또 먼저 보관하면 어떤가.
아니 설사 평양에서 2년 내내 보관하면 어떻단 말인가.
어차피 하나의 「코리아」땅에서 보관되는 것일 밖에야.
남북한은 지난2월12일 의연한 자세로 마음의 문을 열고 63년 스위스 로잔에서 첫 단일 팀 구성을 논의한 이래 28년 만에 합의를 이끌어 내는 역사적 쾌거를 이룩했다.
남북한 양측이 직면한 정치적 상황과의 함수관계가 미묘하게 작용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분단46년만의 사상 첫 남북스포츠 단일 팀인 코리아탁구팀은 남북교류·접촉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 결과적인 면에서도 이해와 신뢰를 쌓을 기회를 제공하는 등 긍정적 효과가 큰 것이다. 남북한은 서로 양보하는 자세로 단일 팀을 탄생시켰고 서로 위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일본에서의 한솥밥살림을 꾸려오고 있다.
이 같은 마음만 서로 계속된다면 굳이 외신기자들이 말하는 「솔로몬의 지혜」까지 빌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지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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