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야스쿠니 참배 포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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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6일 도쿄 요요기에 있는 메이지(明治) 신궁을 참배했다. 이로써 야스쿠니(靖國) 신사에는 올 한 해 동안 참배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메이지 일왕을 모시는 시설인 메이지 신궁 참배로 일본의 국가적 전통을 존중한다는 뜻을 보임으로써 보수층을 만족시키고 대신 야스쿠니 참배는 보류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2001년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 때까지 거의 모든 역대 총리는 메이지 신궁에 참배했으며 대다수는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이날 연미복 차림으로 신궁을 찾아 '내각총리대신 아베 신조'라고 방명록에 기록한 뒤 두 차례 절하고 두 차례 박수 치는 신도 의식에 따라 참배했다. 참배에는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관방장관이 동행했다. 아베 총리는 참배를 마친 뒤 기자단에 "유서 깊고 중요한 신사이기 때문에 방문했다. 사저가 가까이 있기 때문에 자주 왔었다"며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참배를 건의한 주변에서는 "보수주의자로서의 이미지를 확실히 보여주기 위한 생각이 배경에 있었다"고 말했다.

정권의 운명이 걸린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보수층 지지자들의 여론을 의식한 참배란 뜻이다. 반면 야스쿠니 참배를 강행하기엔 여러 가지 부담스러운 여건에 처해 있다. 올 봄 노무현 대통령의 방일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방일이 추진되고 있고 가을에는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방일도 검토되고 있기 때문이다. 야스쿠니 참배 강행은 이 같은 상황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 시절로 후퇴시킬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대신 아베 총리는 취임 전부터 강조해 온 대로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여부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겠다"는 전략적 모호성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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