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여전히 오리무중인 정부의 북핵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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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의 2차 핵실험설이 돌고 있다.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비공식적 입장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지만 '임박했다는 징후는 없다'는 엉거주춤한 내용이다. 1차 핵실험 직후 혼란스러웠던 정부의 정보 파악과 대책에 비난이 쏟아졌음을 의식한 대응이다. 그러나 우리는 정부의 북핵 정책이 여전히 오리무중(五里霧中)임을 우려한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국제 사회는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채택 등을 통해 일치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유엔결의 채택 과정에서 중국.러시아의 온건 대응론과 미국.일본의 강경 대응론이 맞서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다. 제재의 이행 과정에서도 각국은 이해관계에 따라 온건책과 강경책 사이에 적지 않은 편차를 드러냈다. 이런 혼선으로 북한에 대한 국제 사회의 제재는 사실상 거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북한 핵실험에 대해 우리 정부는 세계 각국 중 가장 미온적이고 원칙 없이 대처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과 고위 당국자들은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남북한 간 안보 균형이 깨지지 않았다고 강변하거나, 오히려 대대적 경제 지원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의 언동을 거듭해 왔다. 북한과 전쟁을 치렀고 그 뒤 50여 년 동안 첨예한 군사적 대립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 정부가 이렇듯 혼란스럽게 대처해 온 사실이 국제 사회의 대응에도 나쁜 영향을 주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정부의 무원칙한 대처는 국민들 사이에 갈등과 혼선을 빚게 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많은 국민이 심각한 우려와 단호한 대응을 촉구하는 반면, 일부에선 북한의 핵 보유를 공공연히 인정하려는 움직임마저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이런 마당에 2차 핵실험설이 나오는 것은 북한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북한 당국은 각종 집회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핵실험을 자축하는 등으로 대대적인 주민 선동 작업을 벌여 왔다. 대내외적으로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움직임이다. 그런 마당에 국제 사회의 대응은 일관되지 못하고, 가장 큰 피해자라고 할 한국은 단호한 대응은커녕 대대적 지원을 거론하고 있으니 북한 당국이 핵을 포기할 이유를 찾기가 어려울 것이다.

2차 핵실험설에 대해 송민순 외교부 장관은 "그런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부정하는 데 그쳤다. 이에 비해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핵실험을 하면 고립이 심화될 것"이라거나 아베 일본 총리는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등 단호한 경고 메시지를 냈다. 정부가 북핵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나타나는 차이라고 하면 지나칠까.

우리는 핵실험 이후 북핵 문제에 대한 정부 대책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한다. 정부가 무원칙한 입장을 하루빨리 바로잡지 않는다면 북핵 문제 해결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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