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군」파문 계속 확산/한신·경남대 교수 농성…경찰간부는 반발사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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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화염병속 진압 염증”/마포서 경비과장/전남대 교수들은 시국선언
명지대생 강경대군 치사사건,전남대생 박승희양 분신자살 기도 등으로 시국이 긴장된 가운데 시위진압의 일선지휘관인 경찰서 경비과장이 학생들의 극렬시위에 회의를 느낀다며 사표를 내는가 하면 일부 대학교수들이 시국과 관련,선언문을 발표하고 항의농성을 벌이는 등 파문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 마포경찰서 경비과장 양혁 경정(41)이 1일 『화염병·돌멩이가 난무하는 시위문화에 경찰이 무방비상태로 적절히 대처할 수 없는데 회의를 느낀다』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올1월 마포경찰서 경비과장으로 부임한 양경정은 『강경대군이 전경에 의해 사망한데 대해 비애를 느끼지만 시위진압 현장에서 전경등을 지휘해온 지휘관으로서 이번 사건 범인으로 구속된 전경들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며 『그러나 전경만 매도되는 작금의 현실에 더이상 경찰직에 미련을 느끼지 못해 사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양경정은 또 『학생들과 경찰이 원수처럼 화염병·최루탄으로 맞서는 지금의 시위문화는 사라져야 한다』고 밝히고 『학생들의 학생운동이 사회민주화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는 생각하지만 이제 무제한적이고 소모적인 학생시위는 오히려 학생들이 주장하는 정치적 민주화의 퇴보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77년 간부후보생 25기로 임관한 양경정은 경남 남해·창원,서울 구로·마포경찰서 등의 경비과장을 역임하는 등 83년이후 대부분 시위진압 지휘관으로 근무해 왔다.
▲【광주=위성운기자】 전남대교수 7백14명은 1일 오전 전남대 박승희양 분신,명지대 강경대군 치사와 관련한 성명을 발표,『이같은 불행한 결과는 근본적으로 민주화 및 개혁의지의 후퇴,강압적인 공권력에 의존하려는 공안정국에 원인이 있다』고 지적하고 강군의 죽음,19일 전남대 4·19집회때 발생한 최강일군(22·전남대 토목3)의 실명에 대한 엄격한 수사와 관련자 처벌 등을 촉구했다.
교수들은 『경찰의 공권력 남용·민주화 후퇴와 공안정국 회귀·강압정치·정치의 실종 등에 대해 교수들 자신이 적극 대처하지 못하고 폭력에 대한 불감증과 정치적 무관심에 빠져 있음으로써 이같은 비극발생에 간접적으로 기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점에서 자책과 함께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한편 전남대 가정대 김옥진 학장등 교수 11명은 박양 분신기도와 관련,30일부터 4일까지 시한부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마산=허상천기자】 경남대 민주교수협의회(회장 손진우 교수·40·수학과) 소속 교수 40명은 강경대군 치사사건등과 관련,30일 오후 7시 대학1호관 교수연구실에서 「현정권의 퇴진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무기한 철야농성을 시작했다.
이들 교수들은 성명에서 『현정권의 누적된 부정부패를 항의하는 국민저항을 공안통치와 폭력으로 진압하면서 강군 참사와 박양 분신을 비롯,지난달 19일 경남대 정진태군(22·수학과2)이 경찰의 최루탄에 맞아 뇌수술을 받는 등 피해가 늘고 있다』고 지적,『살인정권은 즉각 퇴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오산=이철희기자】 한신대교수 32명은 30일 오후 9시30분부터 교내 교수회의실에서 명지대 강경대군사건과 관련,항의 철야농성을 벌였다.
교수들은 이날 오후 6시쯤 강군의 빈소가 차려진 연세대를 방문,분향을 마친뒤 학생회관에서 「강군 사망에 따른 우리의 입장」이라는 성명을 발표,현정권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고 강군 추모기간인 4일까지 항의 철야농성을 벌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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