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해야할 인기영합식 정책/역대 부총리들의 난국타개 처방(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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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 경제가 걸프전 종전이후 고개를 들고 있는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단기 대증 요법만으로는 치유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들을 안고있다는 점은 길게 얘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물가의 급격한 상승이나 국제수지 적자폭의 확대,수출회복의 지연,사회 간접시설의 부족과 인력난,환경문제의 대두,과소비풍조 등은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들의 폭과 깊이가 얼마나 넓고 깊은가를 실감나게 해주고 있다.
동시에 정부의 정책이 이같은 얽히고 설킨 문제들에 효과적인 해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누구나 느끼는 일이다.
이제 우리는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인기위주의 백화점식·나열식 정책운용이나 이기적·배타적인 동기에 좌우되는 경제활동의 작태를 버리고 새로운 경제질서 확립에 온국민이 지혜와 노력을 모아야 할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고 할 수 있다.
30일 본사가 이코노미스트지 창간 7돌을 기념하여 마련한 경제 대토론회는 토론참석자들이 모두 과거 우리 경제가 어려울때 나라경제를 관리·운영한 경험과 경륜이 있는 전직 부총리들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날 토론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요약하면 지금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들은 과거 고도성장기 혹은 80년대 중반 국제수지 흑자시대로의 진입과정에서 빚어어진 부작용과 흑자관리의 실패에서 비롯된 것들이며 이같은 문제들을 정부주도 아래 한꺼번에 해결하려는데서 새로운 문제들이 파생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종합토지세나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중과가 건축붐을 불러일으키고 정부마저 주택건설에 앞장서 인력난·자재난·임금상승을 조장했고 인플레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나 경제란 획기적 처방이 없는데도 정책입안자들이 내임기안에 획기적 실적을 올리겠다고 일을 벌이는 식의 자세가 문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 등은 음미할만한 대목이라 여겨진다.
현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처방으로 실적위주의 단기요법이나 모든 문제를 정부주도 아래 한꺼번에 해결하겠다는 식의 과욕을 버리고 성장속도를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경제원리와 시장기능을 살려 경제의 각 부문이 제기능을 살리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은 정책 입안자들이 깊이 새겨들어야 할 일로 여겨진다.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는 통화·환율·이자·사회간접자본 건설·과학기술·교육에만 전념해야 한다는 의견과 영세서민들의 주택문제·환경문제등 복지문제를 정부의 책임으로 남겨야 한다는 의견등이 제시됐다.
우리가 보기에 정부의 역할을 지나치게 축소하기 보다는 무주택자의 주거공간 확보나 교육·기술개발·환경문제·사회간접시설 등 민간기업이 손을 대기 어려운 부문에 대해서는 정부가 정책역량을 기울여 집중적으로 밀도있게 추진해나가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여겨진다.
그러나 이날 토론에서 기조를 이루었듯이 정부의 역할이 불필요한 부문에까지 과도하게 확대되고 더욱이 그것이 단기 실적위주에 치우침으로써 비효율과 낭비를 초래하고 민간의 의욕을 위축시키는 일은 지양돼야 할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지금 우리는 2000년대를 향한 도약의 기반을 구축해야하는 시점에 서 있다. 그 방향이 잘되고 못되고에 따라 앞으로 우리의 운명이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장기적인 비전 아래 경제운용의 기조를 정립하고 이를 국민앞에 제시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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