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칭 '잭슨, 봤지? 내가 퀸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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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우승 청부사’캐칭(우리은행)과 ‘세계선수권 MVP’잭슨(삼성생명)의 개막전 맞대결은 캐칭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장신 센터(1m98cm) 잭슨右이 캐칭 위에서 리바운드 볼을 잡아내고 있다. [연합뉴스]

겨울이 왔고 여자 프로농구가 개막했다. 그리고 캐칭이 돌아왔다.

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07 여자프로농구 개막식에서 '우승 청부사' 타미카 캐칭(23득점.16리바운드)이 맹활약한 우리은행은 '세계선수권 MVP 로렌 잭슨'을 앞세운 삼성생명을 67-55로 꺾었다.

'잭슨과 이종애를 보강한 삼성생명은 역대 최강 전력이다. 우리은행은 가드 김영옥이 빠졌지만 전력 보강이 없었다. 삼성생명의 낙승이 될 것'이라는 게 개막전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였다. 그러나 이날 6개의 파울을 온몸으로 받아낸 캐칭은 그 예상을 뒤엎었다.

캐칭은 개막식 전날인 4일 한국에 들어왔다. '내가 교장'이라는 농구 캠프를 끝내고 오기 위해서였다. 경기 당일 오전에 동료와 한 시간 정도 손발을 맞췄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고 세 번(2003 겨울.여름, 2006 겨울)이나 우승컵을 든 캐칭의 경기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살아났다. 1쿼터에는 4득점에 그쳤으나 2쿼터 8점, 3쿼터 6점, 4쿼터에 5점을 꾸준히 넣었다. 반면 잭슨(22득점)은 1, 2쿼터에 18득점으로 명성을 확인시켰지만 3쿼터 4점, 4쿼터에 무득점으로 무력한 모습을 보였다.

1970년대 국가대표 가드를 지낸 정미라씨는 "캐칭의 가장 큰 장점은 공격이 아닌 수비"라고 평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그랬다. 캐칭은 1쿼터부터 잭슨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1쿼터 9분40초쯤, 잭슨에게 전달되는 패스를 막기 위해 캐칭이 몸을 날렸다. 광고판이 크게 밀려날 정도로 정열적인 슬라이딩이었다. 3쿼터 6분40초쯤에는 잭슨을 겨냥한 변연하의 패스를 연거푸 잘라내며, 공격권을 우리은행 쪽으로 돌려놓았다. 3쿼터 종료 직전, 캐칭에게 몰려다니던 잭슨은 버저와 함께 슛을 날렸다. 공이 림을 빗나가자 잭슨은 화난 얼굴로 괴성을 질렀다.

경기를 끝낸 캐칭의 이마에는 상처 자국이 두 군데 있었다. 그는 "많이 겪어봐서 잭슨을 잘 안다. 정말 훌륭한 선수다. 오늘 운이 안 따랐을 뿐"이라고 말했다. 캐칭이 출전한 경기에서 우리은행은 통산 43승11패로 승률이 80%에 육박한다. 지난해 겨울리그, 캐칭 없이 1라운드를 치른 우리은행은 1승4패였으나 캐칭이 합류한 뒤 10연승을 거두며, 6경기를 남겨놓은 상태에서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었다.

박명수 우리은행 감독은 "스위치(수비 교환)와 협력 수비 때 선수들 간의 호흡이 좋았다. 김영옥이 빠진 상황에서 젊은 선수들의 팀워크가 절실했는데, 모두 잘해줬다"고 말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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