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초 대선 경선준비위 발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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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선 주자를 선출하기 위한 한나라당의 움직임이 긴박해지면서 당 지도부와 각 후보 진영 간 신경전도 벌어지고 있다. 강재섭 대표는 4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늦어도 2월 초까지는 대선후보 경선 준비위원회를 발족시키겠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각 대선 주자 진영에서 한 사람씩 추천 받고 외부 인사도 포함시켜 10명 내외로, 13~14명이 넘지 않게 준비위를 구성할 것"이라며 "일을 공명정대하게 처리할 수 있는 원로를 준비위원장으로 모실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선 준비위에서 '오픈 프라이머리'와 경선 시기 문제도 다루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픈 프라이머리란 일반 국민이 100% 참여해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이른바 '완전개방형 국민경선제'를 말한다.

대통령 선거 180일 전(올해의 경우 6월 22일)까지 후보를 선출하도록 한 당헌상 3월에는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경선 후보들이 두 달 정도 선거운동에 나서도록 한다는 것이 지도부의 생각이다.

당 내에선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당장 강 대표의 '경고성 발언'이 파장을 불렀다. 강 대표는 "선수들(후보들)은 경선 시기와 룰에 대해 입을 다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룰은 후보들이 아니라 심판이 정하는 것으로 후보들이 라디오에 나와서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선수는 '국제축구연맹(FIFA) 룰'대로 열심히 뛰기만 하면 된다"고 주의를 줬다.

그는 그러면서 "(후보들이) 일단 경선에 대한 얘기를 꺼내 놓으면 조율하기도 힘들고 나중에 사리에 맞지 않더라도 거둬들이기 힘든 게 정치 논리"라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이왕 만든 원칙을 지키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일단 룰대로 하는 게 좋겠다"며 "준비위에서 (경선 방식과 시기에 대해) 논의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예민하게 반응한 이명박.손학규 진영=강 대표 발언이 전해지자 후보 진영에선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최근 라디오에 나와 경선 방식에 대한 견해를 밝혔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손학규 전 경기지사 쪽이 불만을 터뜨렸다.

박근혜 전 대표는 '당심'(黨心.당원의 마음)과 민심을 반반씩 반영하는 현행 경선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이 전 시장과 손 전 지사 쪽은 "일단 현행 방식대로 하자"는 강 대표의 발언이 편파적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시장 캠프의 정두언 의원은 "당 대표도 경선 룰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할 입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다른 이 전 시장 측 인사는 "후보에게는 말하지 말라면서 강 대표가 박 전 대표쪽 견해를 대변하는 게 아닌가"라며 "대표로서의 중립성이 흔들리면 당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의 한 측근은 "강 대표는 이런 얘기들보다 엄정 중립에 위배되는 소지를 찾아내 없애는 등 공정 경선에 대한 확고한 의지표명과 실천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는 경선 룰이 변경될 가능성에 염려를 표시했다. 그는 "지금의 룰은 9개월 동안 57차례 회의와 공청회를 거쳐 당원들의 의견을 들어서 만든 것"이라며 "열린우리당이 (오픈 프라이머리를) 하니까 따라 하자는 것은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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